[만났습니다]①“공공성과 산업 발전 모두 무너진다..20년 된 방송법, 고쳐야"

지난달 31일 퇴임한 허욱 전 방통뒤 상임위원 인터뷰
'중장기방송제도 개선안' 만들어..5기 방통위 활발한 논의 기대
KBS·EBS와 MBC, SBS 지위가 달라진다
공영방송은 광고 줄이고 시청률과 다른 평가지표 필요
OTT, 시청각미디어로 방송법에 포괄해야
  • 등록 2020-08-10 오전 5:00:00

    수정 2020-08-10 오후 2:33:33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5기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5명 중 3명(김현·안형환·김효재)이 전직 국회 의원으로 구성되면서 정치성 과다가 우려된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31일 퇴임한 허욱(사진) 방통위 전 상임위원을 만났다. 그는 10개월 동안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등과 ‘중장기방송제도 개선안’을 만든 인물이다. 보통 과장들이 연구책임자가 되는 것과 달리 직접 나서 개선안을 챙겼다. 그가 제도개선에 나선 것은 5G 시대 모바일 미디어로의 융합 심화와 인터넷스트리밍방송(OTT) 넷플릭스의 공세 때문이다.

허욱 전 방통위 상임위원.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허욱 전 상임위원은 퇴임을 앞둔 지난달 29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가만히 있다가는 누구나 무료로 뉴스와 일정 정도의 드라마·예능을 볼 수 있는 ‘방송의 공공성’이 무너지고 우리나라가 넷플릭스 주도의 ‘콘텐츠 제작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중장기방송제도 개선안을 통해 ‘지상파-종편-유료방송-OTT’에 대한 새판 짜기를 시도했다. ‘지상파-종합편성채널-보도채널’ 등으로 나뉜 구조를 ‘공영방송과 공공서비스방송, 민영방송’으로 나누고, OTT를 시청각미디어서비스로 정의해 방송법에 포괄하는 내용이다.

이런 작업은 김대중 정부 시절 방송제도개혁위원회처럼 범정부 차원에서 진행돼야 하지 않을까. 허 전 위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국회도 청와대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이효성 전 위원장과 상의해 중장기 방송제도 개선 연구반을 가동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큰 틀은 담았고 세부 항목별 결론을 못 낸 건 아쉽다”면서 5기 방통위와 국회에서 항목별 내용을 채워가길 기대했다.

5기 방통위에는 “두 분의 상임위원(김창룡·안형환)에게 MBN 재승인 문제나 채널A 재승인 유보 등 정치 이슈가 초기에 발화되면 정책 논의가 안될 것이라 조언했다”며 “(18대 의원 출신 상임위원들이)특정 정책이 아니라 차기 선거를 염두에 둘 가능성이 있는데, 이럴 때는 언론이 이들에게 (정치인이 아니라) 공무원임을 지적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허욱 전 방통위 상임위원


다음은 허욱 전 위원과의 일문일답

-2000년 통합방송법 이후 20년 만에 큰 틀을 바꾸는 제도개선에 나선 이유는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데 방송시장을 규제하는 기본 틀은 20년 전 만들어진 통합방송법이다. 방송과 OTT를 어떻게 통합적으로 규율해 낼 수 있을까, 지상파방송사업자들에게 주파수 희소성을 근거로 배타적 사업권을 부여하면서 동시에 방송의 공적 책무를 강하게 부여했던 교차보조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데 이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라는 고민이 중장기방송제도개선안을 만든 계기다.

KBS·EBS와 MBC, SBS 지위가 달라진다

-지상파-종편-보도가 아니라 공영방송, 공공서비스방송, 민영방송으로 나눴는데 공공서비스방송 개념이 생소하다

△기본적으로 방송사 특성, 방송사업 유형에 따라 차별적 규제를 하자는 것이다. 지상파방송 면허를 공영방송 및 공공서비스 방송으로 바꾸는데, 공영방송의 영역을 최소화하자는 의미다. 공공서비스방송은 영국으로 보면 준공영방송이란 이름인데, 채널4가 해당한다. 공공서비스방송(준공영)은 법으로 공적 책무를 규정하고 해당 방송사업자가 수행하려는 공공서비스 내용을 정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갖추면 공적재원을 지원하게 된다.

MBC, 공공서비스방송될 수도

-MBC는 공공서비스방송이 되는가. 박성제 사장은 공영방송이 되고 수신료도 배분해달라고 하는데

△MBC, 지상파민영방송(SBS 등), 정부나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채널(아리랑TV 등) 등이 공공서비스방송의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MBC가 (제도 개선 이후) 공영방송으로 갈지, 공공서비스방송으로 갈지는 MBC 선택이다. 어떤 공공서비스방송을 할 것인지에 따라 그에 맞는 공적재원(수신료 등)이 배분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제도에서 MBC가 수신료를 배분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 공영방송이 수신료 등을 지원받을 때 광고는 유지되나

△우리나라의 방송광고 시장 재원은 GDP의 6.2%에서 6.4%로 7%가 넘는 미국보다는 적지만 미세하나마 0.23%씩 경제 성장에 따라 증가하고 있다. MBC가 (공공서비스방송이 됐을 때) 광고를 줄이거나 넓히거나 하는 것은 스스로 결정해야 할 것이다. KBS와 EBS가 어느 정도 줄일 것인가가 핵심이다.

공영방송은 광고 줄이고 시청률과 다른 평가지표 필요

-공영방송에 광고를 확 줄이면 프로그램 제작 혁신 경쟁이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공영방송의 성과지표를 꼭 시청률에만 둬야 하는가. OTT 증가 시점에서 타깃 오디언스가 보는 상황에서 시청률만으로 프로그램 질을 평가하는 건 달라져야 하지 않나 싶다. 공영방송 프로그램의 퀄러티를 평가할 수 있는 디테일한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 공영방송은 평가받는 대로 움직인다.

-공영방송과 상업방송(민영)으로 크게 바뀌면 뭐가 달라지나

△지금처럼 어정쩡하게 모든 방송사에 공적 책임을 부여하는 게 아니라, 공영방송과 공공서비스방송, 민영방송으로 나눠 공영방송에는 인원 조정이나 가혹한 평가, 민주주의 수호 같은 공적 책임을 강하게 부여하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 국민이 원하는 혁신서비스를 하게 하는 방식이다. 후자는 시장에서 실패하면 퇴출한다는 점에서 방송서비스의 기본적 의무만 하면 이윤 추구를 허용하는 모델이다.

허욱 전 방통위 상임위원.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OTT, 시청각미디어로 방송법에 포괄해야


-OTT를 방송법상 시청각미디어서비스로 분류한 이유는, 실시간만 규제하나

△현재의 방송통신 서비스 분류체계는 방송과 통신을 망으로 구분하는 수직적 규제체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방송 콘텐츠가 전달되는 통로가 방송망이냐 인터넷망이냐에 따라 규제가 다를 순 없다.

그래서 방송통신 제도 전반에서 통신을 정보서비스, 방송을 동영상으로 나누고 지상파·유료방송·OTT를 편성이냐, 플랫폼이냐 등으로 3가지로 재구분해 규제 수준을 달리했다. EU 방식의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로 갈 수밖에 없다는 메타 콘셉트를 도입한 것이다.

지상파UHD 정책 실패 공감하나 완급 조절 필요

-700MHz주파수를 지상파 UHD에 써야 공공적이라며 지상파들이 무료로 가져갔지만 투자를 못해 주파수 회수 주장이 있다

△지상파에 플랫폼 사업자 대신 콘텐츠 프로바이더로 가라는 것은 5G 시대 망 효율성 고려 시 충분히 고려될 수 있다. 하지만, 지상파, 그중에서 KBS에 공영성을 부여하는 것은 바로 무료 보편적 서비스라는 것이다.

방송광고 재원이 폭락하는 구조여서 (지상파UHD에) 딜레마가 있다. UHD방송표준인 ATSC3.0 기술을 충분히 활용하고 시청자 이익, 방송산업 발전, 전파의 효율적 재배치 등을 고려하면서도 보편적 서비스로서의 지상파 역할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상파UHD 정책의 완급을 조절해 나가야 한다.

허욱 전 방통위 상임위원은

1962년생. 성동공업고등학교. 성균관대 토목공학과. 서강대 언론대학원. 경희대 경영학과 박사, 기독교방송(CBS) 보도국 차장. CBS기획조정실 기획팀장. ㈜CBSi 대표이사. 인터넷신문 업코리아 편집국장. 아주경제신문 편집국 부국장. 엑스퍼트컨설팅㈜ 가치경영연구소장. 방송통신위원회 여권 추천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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