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한국시간 6일 오후 4시 시작된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의 회담은 시작부터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됐다. 베를린 인터콘티넨탈호텔 1층 회의실에서 열린 회담에서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앞서서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앞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이나 메르켈 독일 총리와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던 것과 상반된 첫인상이었다.
회담 시작 시간을 양국 정상이 모두 맞추지 못하면서 기싸움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시 주석이 예정된 오전 9시보다 2분여 늦게 도착했고 문 대통령은 그보다 3분 늦은 9시5분께 모습을 드러냈다.
이보다 앞서서는 회담 모두발언 공개를 두고 중국 측이 문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취재진의 2분 후에 퇴장을 임의로 정해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우리 측이 대통령 발언 도중 퇴장은 불가하다고 맞서 발언 종료 후 퇴장으로 정리되긴 했지만 중국 측은 끊임없는 기싸움을 확인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과 만나 본격적인 회담에 앞서 “상하이샐비지가 초인적 노력으로 세계에서 유래없이 가장 빠르게 무사인양했다”는 말을 꺼내면서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문 대통령이 상하이샐비지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중국 측 참석 인원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동조했다. 시 주석 역시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의 ‘상하이샐비지’ 언급이 굳어진 분위기를 바꾸는 데 크게 일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 작업이 정말 어려웠는데 상하이샐비지가 초인적 노력으로 같은 급 선박 가운데 세계에서 유래없이 가장 빠르게 무사인양한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한 상황에는 시 주석이 상하이샐비지에 직접 독려도 해준 것으로 안다”고도 밝혔다.
이어 “이 기회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며 “한국 국민도 이 사실을 제대로 알기를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시 주석은 물론 배석한 왕이 외교부장 역시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강하게 긍정했다.
문 대통령은 ‘상하이샐비지’ 언급에 앞서 “대통령 취임 후 시 주석이 축하전화를 했다. 그리고 우리는 중국 일대일로 포럼에 대표단을 보냈고 시 주석께 저의 특사를 친서를 휴대시켜 보냈다”고 당선 이후 시 주석과의 인연을 밝히자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시 주석의 표정이 점차 누그러졌다.
그러면서 “마침 올해가 한중수교25주년이 되는 해”라며 “이런 계기를 맞아 한중관계를 실질적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나가길 바라마지 않는다”고도 했다.
앞서 시 주석이 “문 대통령은 중국 국민에게 낯설지 않다. 자서전에서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는 명언을 인용했다”며 “문 대통령께서 큰 정치적 소신을 밝혀 제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문 대통령이 당선되신 후 바로 통화해서 공통관심사를 허심탄회하게 말했다”면서 의례적인 인사를 건넨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은 특사단을 파견해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시켰고 저에게 큰 지지 보내줬다. 또 이해찬 대통령 특사를 중국에 보내 대통령 친서를 전달했고 중한관계 개선발전의 민감한 사안에 대한 제 의지를 높이 평가해주셨다”며 “이 기회를 빌어 중한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자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