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로컬 중심시대의 지역채널 역할

  • 등록 2021-04-21 오후 3:33:36

    수정 2021-04-21 오후 9:48:47

[LG헬로비전 심중보 지역채널총국장]
‘위드 코로나(WithCorona)’ 시대. 사회적 거리두기로 생활권이 좁혀지면서 동네의 상점과 거리, 일상과 이웃과 같은 것들이 새롭게 발견됐다. 대형 실내공간 보다 골목 곳곳의 작은 음식점을, 원거리 여행보다 ‘슬세권(슬리퍼를신고 갈 수 있을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서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홈어라운드(Home Around) 지출도 늘어났다. 접촉과 이동을 최소화해야 하지만 온전히 혼자 있을 수만은 없기에 ‘로컬택트(Local+Contact)’ 문화가 확산되는 것이다.

전염병의 특성 상 코로나 발병상황에 대한 관심도 전국단위보다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상황에 더 집중됐다. 우리 주변의 상황을 알기 위해 구청 홈페이지와 지역 커뮤니티를 찾는 일이 더욱 많아지고, 재난문자도 중앙정부보다 기초단체에서 제공하는 마을의 정보가 더 중요하게 됐다. 생활권역이 실질적으로 좁아지면서 동네의 재발견이 이뤄지고, ‘지역 울타리 활동’이많아지는 로컬 중심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우리의 시선이 달라지고 활동영역이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미디어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중앙집권적인 정보만 유통하고 있다. 또 OTT서비스가 보편화되고 1인 미디어와 같은 신유형 매체가 등장하면서미디어 환경이 급격한 변화를 보이지만, 예능과 오락 콘텐츠는 넘쳐나는데 반해 공익적 역할을 수행할 창구는 잘 보이지 않는다. 지역 여론을 형성하고 지역민에 밀접한 정보를 제공하는 지역 미디어의 역할에 공백이 느껴지는 이유다.

케이블TV의지역채널은 미디어의 공공재적 성격의 빈 자리를 촘촘하게 메꾸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지역민들에게는 글로벌 메가 트렌드나 국제 정세와 같은 거대 담론보다 주변과 이웃의 소식이 더 궁금하고 중요할 수 있다. 코로나뿐만 아니라 산불이나 홍수와 같은 재난은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지상파 뉴스에서 소홀히 다뤄지기 일쑤이나, 지역채널은 보다 자세하고 빠르게 재난 소식을 전달해왔다.

지역의 재난정보는 수신자 수가 적어 방송의 산업적 측면에서는 비효율적일 수 있으나 지역민들에게는 재산과 안전이 걸린 중차대한 정보다. 산불의 방향이 어디로 흐르는지, 길어지는 폭우 상황에서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정보는 도서 산간 오지에 거주하는 단 몇 명의 지역민에게라도 반드시 전해져야 하는 것이다.

선거방송도 마찬가지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훌륭한 지역 리더를 선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토론회 등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어떤 자질을 가지고 있는지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은 미비하다. 지역매체의 역할이 간절히 필요한 지점이다. LG헬로비전의 지역채널은 지난 4.15 총선을 앞두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지역의 이슈를 분석하고,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또 6.13 지방선거 때에는 인터뷰를 통해 2,500여 명에 이르는 권역 내 후보자의자세한 정보를 유권자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지역채널은 시장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혁신적인 시도도 이어왔다. LG헬로비전은 최근 지역뉴스 프로그램에 AI아나운서를 도입하고, 시사보도에 빅데이터와 AI를 접목하는 등 미디어 변화에 발빠르게 맞춰가고 있다. 또한 지역형 예능교양 프로그램을 대폭 늘리고 소상공인의 지역광고를 지원하면서 ‘지역밀착형 플랫폼’으로의도약도 준비 중이다.

LG헬로비전의 지역채널 프로그램은 순수 제작비가 연간 180억 원, 인건비를 포함한 총 투자금액은 400억 원에 이른다. 오직 지역민 만을 위한 것이다. 케이블 SO 전체로 확대하면 지역성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과 비용, 참여인원은 훨씬 더 많아진다. 효율과 수익 중심의 경영사고를 넘어 지역경제 활성화, 고용 창출 등 사회간접 자본으로서의 역할과 공익적 가치를 더 중요시해왔기에 가능한 것이다.

케이블TV의자구적인 혁신 노력과 역할에도 불구하고, 지역채널은 정부의 지원에서 소외돼왔다. ‘지역방송지원법’이규정하고 있는 ‘지역방송’에케이블TV 지역채널이 배제돼 있어 차별적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역성 구현을 위한 정부 지원사업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에서 발생한 이슈와 지역민 밀착 콘텐츠를 제작하는 첨병으로 앞서왔던 지역채널의 위기와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

최근 OTT를 중심으로 한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재편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케이블TV의지역채널이 고사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생긴다.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배려 없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역채널의 기능과 노출의 감소는 이를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지역 여론형성,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역 균형발전 및 문화창달이라는 역할과 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지역성 가치 보존과 공익성 유지를 위한 지역채널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과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케이블방송의 위상과 역무를 재정립하고, 지역채널의 법적·제도적지위를 명확히 설정해 지역 미디어 생태계를 보다 건강한 방향으로 재편해야 한다. 지역의 스토리가 세계적인 공감을 얻게 될 ‘로컬 중심시대’에서 케이블TV의 존재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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