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진’하는 중소 웹툰플랫폼…내년 키워드는 ‘글로벌’

작년 웹툰 진출한 리디, 올해 역대 최대 실적 예고
글로벌 서비스 ‘만타’ 통해 확장, 노블코믹스 효과
8개국 진출한 레진, 내년 10개국 20개 플랫폼 확대
BL 성인용 플랫폼 오픈 등 장르 세분화·지역화 꾀해
네이버·카카오 득세 속 중소 플랫폼 차별화 고민
  • 등록 2021-12-23 오후 4:23:09

    수정 2021-12-23 오후 5:15:13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네이버(035420)·카카오(035720)를 중심으로 ‘K웹툰’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소 웹툰 플랫폼들의 약진도 두드러지고 있다. 웹툰 사업에 뒤늦게 진출한 리디는 올해 글로벌 사업 확대로 연간 매출 2000억원 달성을 예고하고 있고, 중소 플랫폼의 대표주자 레진도 국가별 장르 세분화 전략으로 틈새시장을 공략 중이다. 중소 웹툰 플랫폼들은 내년에도 네이버·카카오와의 차별성을 꾀하는 동시에 글로벌 외연 확장에 더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리디 글로벌 웹툰 구독서비스 ‘만타’. (사진=리디)
웹툰 후발주자 리디, 올해 2000억 매출 전망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 웹툰 사업에 진출한 리디는 올해 연간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디는 올 3분기 1491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4분기까지 더하면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이 확실시 된다. 웹툰, 웹소설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사업이 호조를 보인 영향이다.

국내 전자책 시장 1위 업체로 잘 알려져 있는 리디는 지난해 웹소설, 웹툰, 애니메이션 등으로 콘텐츠 사업 확대를 꾀해 왔다. 특히 웹툰에선 지난해 11월 북미지역에 글로벌 웹툰 구독 서비스 ‘만타’를 론칭하며 비교적 빠르게 안착시켰다. 만타는 올해 3월 미국 구글 플레이스토어 만화 앱 1위에 오르고, 지난 11월엔 3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리디는 웹툰 사업 이후 조직 규모도 빠르게 키웠다. 현재 리디의 임직원 수는 360여명인데, 이는 웹툰 사업을 시작하기 전인 지난해 초 대비 무려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글로벌 웹툰 사이트 ‘만타’ 인력도 대폭 충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엔 ‘틴더’, ‘디즈니플러스’ 등을 거친 서가연 최고마케팅전문가(CMO)를 영입하며 콘텐츠의 글로벌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웹툰 시장에서 리디는 비교적 후발주자로 꼽힌다. 네이버, 카카오의 거대 자본력과 콘텐츠에 객관적으론 밀리지만 웹소설 기반 웹툰인 ‘노블코믹스’ 전략으로 충성도 높은 이용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리디 관계자는 “웹소설과 웹툰, 애니메이션으로 콘텐츠를 꾸준히 확장했다”며 “특히, 인기 웹소설을 웹툰화하는 노블코믹스 전략에 집중해 시너지를 창출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리디의 웹툰 사업 전략의 핵심은 역시 ‘글로벌’이다. 만타 사이트를 중심으로 독점 콘텐츠를 꾸준히 수급하고 만타 대표작에 대한 타이틀 마케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북미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가 리디의 주된 목표다.
레진, 로컬라이징 강화…내년 10개국 20개 플랫폼 목표

중소 웹툰플랫폼의 시초격인 레진도 글로벌 시장 개척에 매달리고 있다. 모 회사인 키다리스튜디오가 운영하는 ‘봄툰’(여성향), ‘델리툰’(프랑스 자회사)과 함께 번역 국가를 확대하고 있다. 레진은 기존 미국, 한국, 일본만 해당했던 웹툰 번역 국가 범위를 스페인어까지 확장했고, 봄툰도 최근 대만과 태국 등 동남아시아 2개 국가에 플랫폼을 추가 오픈했다. 이를 모두 합하면 레진과 봄툰, 델리툰이 플랫폼을 운영 중인 국가는 총 8개국이 된다.

레진은 글로벌 시장 확대와 더불어 각 시장에 맞는 장르 세분화도 나서고 있다. 북미시장에서 ‘레진X’(남성향)라는 성인전용 플랫폼을 올 하반기 오픈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델리툰에서도 프랑스에서 성인연령 BL(Boys love)장르 중심의 플랫폼을 만들었다. 레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확장을 위해 번역 범위를 넓히고 장르를 세분화하는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며 “유럽에서 델리툰이 연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성과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레진의 내년 목표는 역시 글로벌과 로컬라이징(지역화)다. 현재 레진은 DST본부내 로컬라이징 전담부서인 GLT부서를 운영 중인데 인력을 대거 확충하고 있는 상태다. 글로벌 시장을 확장하면 할수록 번역 인력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레진은 내부적으로 로컬라이징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통해 올해 8개국, 13개 플랫폼에서 내년엔 10개국 20개 플랫폼을 론칭하겠다는 게 목표다.

네이버·카카오 양강 속 중소 플랫폼 생존 고민

이 밖에도 남성향 웹툰 플랫폼 ‘탑툰’을 운영하는 탑코도 내년엔 희소성 있는 작품 중심으로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북미 시장 확대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탑코의 북미 플랫폼은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하며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탑코 관계자는 “북미와 대만 플랫폼을 운영 중인데 내년엔 일본, 프랑스, 스페인 등의 국가에서 서비스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국내 웹툰 시장은 거대한 자본력을 지닌 네이버, 카카오를 중심으로 외연을 확장했다. 최근 인기를 모은 넷플릭스 ‘지옥’ 등 국내 웹툰 지식재산권(IP)이 영상화되면서 K웹툰에 대한 관심이 대폭 커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중소 웹툰 플랫폼들은 네이버, 카카오와의 차별성을 두고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글로벌에서 틈새 시장을 뚫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 양강 체제에서 중소 플랫폼들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인데, 차별성이 없다면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며 “중소 플랫폼들이 노블코믹스, 성인용 장르 세분화 등 시장을 더 쪼개 차별화를 꾀하는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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