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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장관은 이날 열린 ‘청년 게임 개발자 간담회’에 본인이 14년 전 문체부 장관(이명박 정부) 시절 참석했던 2009년 ‘지스타’ 점퍼를 입고 왔다. 신임 문체부 장관으로서의 흔한 퍼포먼스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 ‘지스타’ 점퍼 하나만으로도 ‘게임 산업에 큰 관심이 있다’는 유 장관의 메시지가 확실히 전달됐다는 평가다.
이날 유 장관은 국내 청년 게임 개발자와 노동조합 대표들을 만나 “(내가 과거 문체부 장관 시절에) 매년 빠지지 않고 ‘지스타’를 들여다봤다”면서 “다음달 ‘지스타’에도 직접 가보겠다”고 강조했다.
물론 주무부처 장관이 게임 전시회를 참석한다는 건 크게 특이할 만한 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 전례를 들여다보면 ‘지스타’에 참석한 문체부 장관은 손에 꼽을 만큼 드물다. 2008년부터 2년 연속 참석한 유 장관을 제외하면 2013년 유진룡 전 장관, 2019년 박양우 전 장관 등이 전부다. 유 장관의 전임이었던 박보균 전 장관도 ‘지스타’엔 가지 않았다.
한 해 동안의 국내 게임 산업 성과와 향후 비전이 총망라된 ‘지스타’이지만 그간 이상하게도 문체부 장관에게는 외면 아닌 외면을 당해왔던 게 사실이다. 때문에 유 장관의 이같은 ‘지스타’ 발언은 그 자체만으로도 게임 업계에 큰 기대감을 가져다주는 모습이다.
게임 산업은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에서도 약 70%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이처럼 무역수지 흑자에 기여하는 중요한 산업이지만, 게임을 보는 잣대는 여전히 엇갈린다. 아직도 ‘게임 중독’ 등의 단어가 사용되는 등 부정적인 시각이 함께 한다. 때문에 문체부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과거 여성가족부가 추진했던 청소년 게임 셧다운제 도입 당시에도 문체부는 ‘산업 진흥’의 역할이 있는 주무부처임에도 규제를 방어하지 못했고, 오히려 부처별로 2개로 규제를 쪼개는 결과를 낳았다. 이같은 경험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때문에 내년 시행을 앞둔 ‘확률형 아이템 규제’ 세부 내용 마련 등 당장의 현안들부터 어떤 식으로 풀어갈지 관심이 모인다.
일각에선 이런 얘기도 들린다. 최근 윤석열 정부의 20대 남성 지지층이 옅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 장관이 이를 결집시키기 위해 게임 산업에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 총선을 위해 의도적으로 게임 산업에 집중할 것이란 추측인데, 그럼에도 업계엔 긍정적인 방향이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이유가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게임 산업 진흥에 적극 나서준다면 업체들로선 더이상 바랄바가 없다”면서 “지금까지 규제를 위한 규제가 이어졌는데, 이제는 게임 정책도 적절히 밸런스를 맞춰줬으면 좋겠다. 유 장관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유 장관이 ‘지스타’ 점퍼를 입고, ‘지스타’ 참석을 공언하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 깊었다. 이 모습이 일회성 퍼포먼스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정책으로 반영됐으면 한다. 규제를 아예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규제와 더불어 적절한 ‘진흥’으로 정책의 균형을 맞춰간다면 게임 업계도, 게임 이용자도, 정부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