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청은 14일 충남 천안 관세국경관리연수원에서 ‘서울·부산 시내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를 열고 서울 4개, 부산 2개 입찰 참여 기업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이날 오후 7시께 공개했다.
두산은 롯데가 수성전에 나선 면세점 2곳 가운데 월드타워점을, 신세계는 SK네트웍스가 보유하고 있던 워커힐 사업권을 각각 거머쥐었다.
면세점이 추가로 설치되는 지역은 남대문과 동대문이다. 신세계와 두산은 각각 남대문 인근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동대문 두산타워에 면세점을 유치해 명동으로 국한된 외국인 관광상권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시내면세점이 생긴 이래 30여 년간 특허권 갱신 심사에서 사업자가 바뀐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관세청은 경험 보다는 기회에 무게를 둔 듯한 심사결과를 내놨다. 전 세계에서 단일 매장으로는 최대 규모의 매출을 올리는 롯데 소공점은 그대로 두고,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두 개 사업권을 각각 신세계와 두산에 안겼다.
두산이 면세점 사업의 키워드로 내세운 것은 ‘동대문 살리기’였다. 명동 다음으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장소지만 여전히 낙후한 동대문에 면세점을 설립해 죽어가는 상권을 다시 살려내겠다는 두산의 전략은 적중했다.
두산은 박용만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가장 먼저 면세사업 진출 계획을 밝히는 등 자신감 넘치는 행보를 이어왔다. 동대문 살리기의 일환으로 ‘동대문 미래창조재단’도 설립했다. 박 회장은 이번에 출범한 재단에 사재 100억 원을 출연하는 등 열의를 보였다. 두산의 취약점으로는 부족한 유통 경험 등이 꼽혀왔으나 박 회장을 중심으로 동대문을 살리겠다는 그룹의 의지는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었다.
반면 신세계는 면세업계의 문제로 지적되어온 독과점 구조를 개선할 수 있게 됐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그동안 국내 면세시장은 롯데와 호텔신라가 80% 이상을 장악해 독과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공항과 부산 등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가 수익성이 좋은 서울 면세점 유치에 성공함에 따라 국내 면세시장이 3강 구도로 좀 더 균형을 찾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특허권 심사는 1000점 만점에 △관리역량(300점) △지속가능성 및 재무건전성 등 경영능력(25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공헌도(150점)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 정도(150점) 등을 기준으로 사업자를 선정했다.
이번에 특허 심사가 같이 진행된 부산시내 면세점은 기존 사업자인 신세계가 중소·중견기업인 패션그룹형지를 제치고 다시 사업권을 거머쥐었다. 신세계는 기존 파라다이스 호텔 내에 있던 면세점을 신세계 센텀시티 옆에 짓는 복합쇼핑센터로 확장 이전해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