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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언이 용산과 여의도 일대 집값 상승에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집값을 잡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선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꺽는 꼴이 될 수도 있어, 당초 계획과는 달리 마스터플랜 발표 시기가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부동산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한 전문가의 말입니다. 그만큼 박 시장의 발언이 서울 주택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입니다. 7월 셋째 주 여의도가 속한 영등포구와 용산구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각각 0.24%, 0.20%로 전주 대비 0.1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서울 25개구 중에서 아파트값 상승률 상위 3위 안에 여의도와 용산이 포함된 것인데요.
리콴유 세계도시상 수상 차 싱가포르를 방문한 박 시장이 지난 10일 현지에서 “여의도 일대를 통째로 개발하겠다”는 발언 이후, 재건축 대상지인 대교·수정·삼부 아파트 등은 실거래 매매 기준 신고가를 갈아치웠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당초 늦어도 7~8월 께 개발 밑그림이 될 마스터 플랜을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집값이 다시 들썩거릴 조짐을 보이자 이를 발표하기도 그렇다고 마냥 미룰 수도 없는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정부가 올 들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및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 실행, 종합부동산세 강화 개편 방안 등 온갖 규제 카드를 꺼내 집값 안정화에 나선 것을 한 순간에 무너트릴 수 있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이미 여의도는 재건축 연한(30년)을 넘긴 노후 아파트가 상당해 그동안 정비사업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됐습니다. 용산 역시 개발 지연에 따른 불필요한 금융비용 발생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큰 틀의 계획이라도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집값 과열과 개발 필요성, 이 두가지를 놓고 고민하는 서울시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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