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세가 중개알선 대상?…전월세족 낚는 '모바일 중개앱'

부동산 중개앱 이용자 1년새 8배 이상 증가
계약된 방 올려놓고 "방 보러 와라"..허위 매물 많아
중개업소 통하지 않는 '직거래' 매물 조심해야
  • 등록 2016-08-06 오전 8:30:00

    수정 2016-08-07 오후 4:16:51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보고 온 방이랑 똑같은 방이에요. 크기랑 구조가 완전히 똑같다니까.”

지난 1일 부동산 중개앱을 통해 확인한 매물을 보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A부동산중개업소를 찾자 중개인이 보러 온 매물과 ‘똑같은’ 조건의 다른 방을 보여주겠다며 나섰다. 앱에 올라온 매물은 지은 지 1년 남짓의 신축 건물에 19.8㎡ 규모, 풀옵션으로 월세는 시세보다 10% 저렴한 조건이었다. 전화로 방이 남아있다고 보러오라며 부동산 약도까지 보내준 중개인이었다. 그는 “우리는 허위매물 같은 것은 취급하지 안하는데 정말 같은 조건의 방이 있어 일단 보러 오라고 한 것”이라며 앱에 올려놓은 매물은 한참 전에 계약이 완료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개인이 ‘똑같다’며 보여준 방은 앱상의 매물과는 달리 술집 한가운데 있어 시끄럽고 건축 연도도 더 오래된 건물이었다.

소형 전·월세 매물을 집중적으로 중개하는 부동산 모바일 서비스 이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허위매물·부정 거래 등으로 인한 임차인의 피해가 우려된다. 이미 거래가 된 매물을 올려놓은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법 위반 소지가 있는 장기전세주택(시프트) 중개까지 알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각 사]
1년새 이용자 8배 이상 증가…‘미끼 매물’ 수두룩

3~4년 전부터 출시되기 시작한 부동산 중개앱은 특히 최근 1년새 이용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2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직방’은 지난해 6월 800만건이었던 다운로드 수가 올해 6월 기준 1400만건을 넘으면서 최근 1년새 175%의 증가세를 보였다. 직방보다 한 해 늦게 서비스를 시작한 ‘다방’은 월간 이용자가 지난해 6월 30만명에서 올해 6월 249만명으로 8.3배나 증가했다.

이날 만난 마포구 노고산동 R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부동산 중개앱이 나오면서 손님들이 부동산을 보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이전에는 부동산을 찾아 무작정 발품을 팔아야했던 손님들이 이제는 앱을 보고 골라온 매물 1~2개만 찾는다”고 말했다. 한정된 매물로 손님의 눈길을 끌어야 해 허위·미끼 매물이 끊이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창천동 U공인중개소 중개인은 “중개앱이 많다 보니 매물을 10~15개 올리는데 비용만 100만원이 든다”며 “사람들이 혹할만한 걸 추릴 수밖에 없고 계약이 끝나도 이런 매물을 계속해 올려놓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실제 이날 앱을 통해 확인한 5건의 매물을 둘러본 결과 이미 계약이 끝나 해당 매물을 보유하고 있지 않거나 중개인이 독점하고 있는 매물을 중개하기 위해 아예 다른 방을 보여준 경우가 2건, 층수가 다르거나 여성전용이라고 했지만 남성이 살고 있는 등 기본정보가 다른 경우가 2건이었다. 나머지 1건만 앱에 올라 있는 매물을 볼 수 있었다. 지난달 초 한국소비자원이 부동산앱에 올라온 서울 내 100개 매물에 대한 실태조사 발표에 따르면 앱상 정보와 실제가 모두 일치하는 비율은 41%에 불과했다.

△한 부동산 중개 앱에 SH공사 장기전세의 특별공급 입주를 알선하겠다는 중개인의 글이 올라와있다.
“전세난에 도움되는 매물”…부정거래까지 버젓이

더욱 문제는 허위매물을 넘어 부정 거래를 알선하는 중개인들의 매물까지도 중개앱에 버젓이 올라와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부동산 중개앱들이 아파트까지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면서 앱에서는 ‘전세난에 도움되는 매물’, ‘전세를 반값에 입주하기’ 등의 홍보문구를 단 전세매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같은 매물은 실제로는 SH공사가 철거민에게 공급하는 장기전세주택 입주 권리를 사고파는 것이었다. 장기전세주택의 매매나 전대는 불법이지만 중개인들은 법망을 교묘히 피해 부정거래를 알선하고 있었다. 앱에 매물을 올려놓은 한 중개인은 “철거될 가옥을 사들여 본인이 철거민 자격으로 장기전세주택에 들어가도록 하는 것으로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개앱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매물이 중개업소를 통해 소개되고 있는 것과 달리 이같은 매물은 등록자의 이름과 연락처만 있는 ‘직거래’였다. 자칫 이중계약이 되거나 개발계획이 변경되면 피해를 입을 위험을 안고 있었다. 서울시 주택제도팀 관계자는 “법망을 교묘히 피해 불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명백한 부정 거래”라며 “이들은 대부분 대포폰 등으로 활동해 증거를 잡기도 쉽지 않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중개앱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매물을 검증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허위매물은 중개앱 뿐 아니라 부동산 중개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로 해결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정상매물을 올리는 중개인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리고 직거래는 완전히 폐지하는 쪽으로 서비스 방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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