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혁신기업들은 제조, 생산에 있어서도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정보기술,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기술을 결합해 제조부터 고객까지의 전체 가치사슬을 동시에 동기화하는 4차 산업혁명을 적극 받아들여 이점을 취한다. 세계 최대의 이차전지 생산 공장인 엘론 머스크의 기가팩토리는 컴퓨터의 CPU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최고의 스마트 공장으로 지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 특히 지방 제조업은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한국 기업들은 1990년대 전자산업이 아날로그 기술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변화 과정에서 만들어낸 혁신역량을 바탕으로 일본 전자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최근의 글로벌 혁신경쟁에서는 뒤처지고 있고 새로운 혁신역량의 출현은 아직 확실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전통적으로 제조, 생산 역량에 기반하고 있다. 최근에는 제조역량의 이점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데 독일,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글로벌 혁신을 이끄는 국가들이 제조업 중심 경제를 유지한다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 미국도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통해 제조업을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 이런 점에서 GDP의 30%(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달하는 한국 제조업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미래의 자산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제조역량을 스마트화하고 혁신역량을 결합하여 한국만의 독특한 경쟁력을 창출해야 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도)의 연구개발비는 44조원에 이르는 반면 그 외 지방은 15조원에도 못 미치고 있다. 한국 제조업의 허브인 울산의 경우 2차 산업의 매출액이 전국 10% 수준인데 울산에 투자된 기업 연구개발비는 7900억원으로 총 기업 연구개발비 51조원의 0.15% 수준(매출액 비율 대비 66배 차이)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제조와 연구개발의 지역 간 불균형이 심하며 더 나아가 기업 내에서 제조-연구의 집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대기업은 제조·연구의 집적효과를 보다 심각하게 고려해 기업 내의 연구개발 체계를 재조정하고 제조시설이 있는 지방에 연구기능을 신설,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의 원활한 이행을 위한 정책적 지원과 함께 지역에 소재한 이공계 중점대학(DGIST, GIST, KAIST, UNIST, 포항공대), 정부출연연구소의 지속적인 확대 및 활발한 산학협력 활동이 필요하다. 대기업의 연구개발 활동은 유출효과(spillover effect)를 통해 자연스럽게 지방 중소기업의 연구역량 강화로 연결될 것이다.
지방 제조업에 제조·연구 연계, 기업·공공기관 연계, 대·중소기업 연계의 복잡한 다중 선 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과 경영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시너지를 유도해 낼 수 있도록 지방의 산업계에 혁신문화와 기술경영 교육이 확산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