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의 인생영업]무용지물 마지노선

  • 등록 2019-07-18 오전 5:00:00

    수정 2019-07-18 오전 5:00:00

[신동민 머크 생명공학 R&A 컨트리헤드·‘나는 내성적인 영업자입니다’ 저자]‘마지노선을 넘었다’, ‘마지노선이 뚫렸다’라는 말을 한다. 마지노선은 반드시 고수해야 될 최후의 보루 같은 의미로 ‘최후의 방어선’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마지노선이라는 용어는 원래 의미와는 좀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 마지노선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최후의 보루였지만 사실은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무너
진 무용지물의 방어선이었다.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쉽게 무너지는 것이 마지노선의 실체이다.

마지노선(Maginot Line)은 프랑스가 1차 대전에서 전사자 135만명이라는 엄청난 피해를 입고, 독일의 침공을 대비하기 위해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독일과 접한 국경에 설치한 방어선이다. 당시 프랑스는 10년(1927~1936)에 걸쳐서 현재 가치로 2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난공불락의 방어선을 구축했다. 마지노선이라는 이름은 당시 프랑스의 육군장관이자 건설 계획을 마련한 앙드레 마지노(Andr? Maginot)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다. 1차 대전에서 지옥 같은 참호전을 경험한 프랑스는 튼튼한 방호벽이 아군을 지키고 승리하는 전략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750km에 걸쳐 성벽 같은 장벽을 구축하고 지하 벙커, 보급품 창고, 내부 통로 철도 등을 건설해서 완벽한 방어막이라고 자부했다. 병사들이 장기간 지하 참호 속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각종 편의 시설이 마련되어 있었고, 참호에서 전진해오는 적을 향해서 대포, 기관총 공격이 가능했고, 3.5m 이상의 콘크리트 벽체 요새는 최강이라고 자부했다. 프랑스는 든든한 방비책을 마련했다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런데 1940년 2차 대전이 발발하고 독일이 프랑스 침공을 시작한지 33일 만에 독일은 프랑스의 수도 파리를 점령했다. 철옹성으로 생각했던 마지노선은 어떻게 되었기에 방어 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초고속으로 파리가 점령당한 걸까?

역사는 프랑스의 패배를 여러 가지로 해석했다. 프랑스가 1차 대전에서 엄청난 사상자를 낸 참호전을 교훈삼아 마지노선을 건설했으나, 2차 대전에서는 보병 중심에서 기계화된 전차 중심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마지노선은 전차를 방어하는데도 손색이 없는 구조물이었다. 2차 대전 개전 시 전차는 1차 대전에 비해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마지노선을 뚫을 만큼 위력적이지도 않았다.

독일은 마지노선을 우회해서 독일, 프랑스, 벨기에 삼국의 국경선이 있는 아르덴(Ardennes) 지역을 돌파해서 프랑스로 진격했다. 아르덴 고원지역은 울창한 숲으로 둘러쌓인 산악지대였다. 그 누구도 아르덴 지역으로 대규모 부대가 침투해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도 생각하지 않은 아르덴 숲 지역을 독일 기갑군의 탱크 부대가 진격한 것이다. 프랑스는 독일보다 병력도 많았고 심지어 더 성능이 좋은 전차와 그 숫자도 많았는데도 속수무책으로 수도 파리를 내주었다.

프랑스의 패배의 원인은 무기나 물자가 아니라 사람과 제도에 있었다. 이 중심에 있는 독일의 만슈타인 장군과 프랑스의 드골 장군을 볼 필요가 있다. 독일의 만슈타인은 아르덴 지역을 기갑부대를 동원하여 진격할 계획을 세웠다. 초기 독일 총사령부는 이 계획에 대해 회의적이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그의 일명 ‘낫질작전’을 받아들였다. 독일군은 작전 계획이 세워지면 현장의 세세한 전술은 하부부대에서 자체적으로 결정을 하고 수행하는 구조였다. 소위 현장 지휘관에게 재량을 부여하는 임무형 지휘체제를 가지고 있었다. 아르덴 지역을 통과할 때 예상하지 못한 많은 문제가 발생했지만 현장의 하부 지휘관들이 판단하고 결정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드골 장군이 전차부대의 기습 공격이 있을 수 있다고 예상하고 전차부대 활용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건의를 했다. 그는 마지노선에 국력을 낭비하지 말고 10만 병력의 기계화된 기갑부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프랑스군 총사령부는 이런 드골 장군의 의견을 정신 나간 주장으로 치부하면서 지지하지 않았고, 사령부는 여전히 1차 대전의 경험을 가지고 구태의연한 방어 전술, 한없이 지연된 작전실행 등으로 200만명이 포로로 잡히는 참혹한 패배를 자초했다.

어떤 조직이든지 인재를 발굴하고 의사를 결정하는 시스템이 있다. 성공하는 조직은 드골과 만슈타인의 지혜를 가진 사람들을 자체 시스템에 따라 발굴하고 육성한다. 그리고 통찰력 있는 아이디어를 조직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의사결정 체제를 갖고 있다. 우리는 조직에서 프랑스가 우를 범한 것처럼 2차 대전에 1차 대전의 경험을 가지고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아울러 관료화되고 느슨한 판단과 결정으로 수많은 젊은 장병들을 사지로 몰아넣지 말아야 한다.

영업과 마케팅에서 중앙집권적인 의사 결정의 시대는 저물었다. 중앙집권적 의사결정은 속도가 느리고 현장의 상황을 반영하기 어렵다. 수평적인 조직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시장에서 1등을 하고 있다고 기존의 방식으로 방어에만 전념하는 조직이라면 하루아침에 시장에서의 지위를 잃어버릴 수 있다. 그리고 신생조직도 이제는 얼마든지 엄청난 성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아이디어를 실현해줄 기술은 나날이 발전을 하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한 기술이 우리 손에 있다. 동영상을 스마트폰으로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영상통화도 가능하고 대형 컴퓨터가 하던 분석기술도 손안에 있다. 그렇지만 조직의 사고 방식이 그에 따라가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우리는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마지노선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을 해보자. 우리 조직에도 만슈타인과 드골은 반드시 있다. 그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어디선가 비난 받고 잠자고 있지는 않은 지 진중히 생각해 볼일이다. 그리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실전으로 끌어낼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말하는 조직’을 만들어 아무런 벽 없이 의견을 개진하고 공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프랑스와 독일의 전쟁은 새로운 의견을 받아들이고 실행하였는가? 기존의 방식에 머물러 있었는가? 종이 한 장 차이로 바뀌었다. 세계 최강의 육군과 난공불락의 방어선이라는 마지노선을 가진 프랑스가 빛의 속도로 수도를 점령당한 사례를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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