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타다' 꿈꾼 택시월급제…정작 운전대 놓는 기사들

[택시월급제의 역설]
'유사 택시' 타다 불법화하며 택시 서비스 개선 목표 입법
안정적 월급 주면 승차거부·과속 사라진다? '이상론' 그쳐
'일한 만큼 번다' 사라지자…택시기사 수급 '하늘의 별따기'
서울서만 택시기사 1만명 줄어…현실서 '유사 사납금' 횡행
  • 등록 2024-08-16 오전 5:00:30

    수정 2024-08-16 오전 5:00:30

서울의 한 택시회사 차고지에 택시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이유림 박경훈 기자] 이번달 20일 전국 확대 시행을 앞두고 있는 택시완전월급제(월급제)가 국회의 개정 논의 착수로 조만간 폐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법인택시 기사의 안정적 소득 확보와 그에 따른 택시 서비스 질 개선이라는 좋은 취지로 도입된 제도였지만 결국 여러 문제점을 야기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하게 됐다,

택시월급제는 2019년 렌터카의 유상 운송영업을 금지하는 내용의 ‘타다 금지법’과 함께 논의가 이뤄진 법이다. 타다는 당시 획기적 서비스로 이용자들의 폭발적 지지를 받았지만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을 샀고 국회는 결국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국회와 정부는 타다 금지법과 동시에, 이용자 불만이 컸던 택시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법 개정에 착수했고, 대표적인 제도가 ‘사납금 폐지’와 함께 ‘택시월급제’였다.

여야 모두 법안에 찬성한 것은 타다를 통해 그 효과가 증명이 됐기 때문이었다. 운행 실적과 무관하게 기사에게 고정된 급여를 지급했던 타다는 자동배차와 친절한 서비스로 이용자들에게 극찬을 받았다.

택시노조, 오랜 숙원 이뤘지만 …이제 “법 개정하자”

‘사납금’으로 대표되는 법인택시의 입금 구조에선 친절한 서비스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당시 논의의 핵심이었다. 사납금은 법인택시 기사들이 택시를 운행하는 대가로 회사에 매일 지급해야 하는 비용이다. 근무시간 파악이 쉽지 않은 택시의 특성상, 기사들은 매월 100만~120만원 수준의 낮은 기본급을 받는 대신, 사납금을 제외한 수익금을 챙길 수 있었다. 대신 사납금을 채우지 못할 경우 기본급에서 부족분을 제한다.

이 같은 방식은 오래 일한 만큼 많은 수익을 얻어 기사들의 업무능률을 높여준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지나친 경쟁으로 승차거부, 과속 등을 유발해 택시 서비스의 질 하락을 불러온다는 문제점도 동시에 갖고 있었다. 당시 논의는 택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서비스 개선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택시 서비스를 개선하면 택시 이용자가 더 늘어나 결국 다수 기사들이 더 안정적인 급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었다. 월급제의 전제가 되는 ‘근태 관리’는 IT 기술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2019년 8월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개정안은 통과됐다. 먼저 악습으로 평가받던 ‘사납금’은 이듬해 1월 폐지됐다. 택시회사들이 기사들의 모든 수익을 관리하는 ‘전액관리제’가 도입된 것이다. 어떤 형태든 회사에 고정된 기간에 일정 금액을 내도록 하는 ‘유사 사납금’ 모두 불법이 됐다. 수익이 적어도 기본급에서 공제되는 것이 금지됐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택시기사, 유연근무 가능한 배달·택배로 이동


또 다른 축인 ‘월급제’는 택시회사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시행시기를 순차적으로 정했다. 택시월급제는 기사들에게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보장하는 내용이다. 대신 ‘주 40시간 이상’ 고정으로 일을 해야 한다. 택시회사들의 상황이 비교적 괜찮은 서울의 경우 2021년 1월 서비스를 시작하는 대신, 나머지 지역은 법 시행 후 5년 내에 순차적으로 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당시 “더 많은 타다가 등장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들 제도는 철저히 실패했다. 오히려 법인택시의 경쟁력을 크게 하락시켰다.

우선 택시의 높은 업무강도 속에서 일한 만큼 벌지 못하는 시스템은 기사들의 이탈을 불러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소득이 크게 오른 배달·택배 업종으로 기사들이 대거 이동했다는 것이 택시업계의 분석이다. 더욱이 월급제로 ‘주 40시간 이상’ 근무가 필수가 되면서 유연 근무가 불가능한 점도 이탈을 가속화시켰다는 평가다.

실제 2019년 12월 말 3만 527명이었던 서울 법인택시 기사 수는 올해 6월말 2만 52명으로 34%가 급감했고, 전국적으로 같은 기간 10만 2320명에서 7만 679명으로 31%가 줄었다. 기사 수 급감으로 운행 법인택시 수도 크게 줄었다. 서울의 경우 이 기간 운행 법인택시가 1만 9270대에서 1만 5031대로 22%가 줄었다. 기사 수급 문제가 결국 택시회사의 어려움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여객운송 서비스의 혁신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타다 베이직. 하지만 법의 허점을 이용한 렌터카 ‘유사 택시’라는 비판 속에 ‘타다 금지법’으로 서비스가 종료된 후, 현재는 대형택시 재탄생해 운행 중이다.(사진=방인권 기자)
◇서울만 간신히 최저급여 기준 맞춰…지방은 ‘암담’


택시회사들의 경영 상황 역시 월급제 도입이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택시회사가 기사들이 벌어온 택시 수익으로 보험료와 가스비, 임대료 등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사들에게 월 최저급여인 206만원을 주기 위해선 택시 한 대당 최소 500만원의 수익을 내야 한다는 것이 국토교통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해 법인택시의 월평균 매출이 500만원을 넘은 지역은 서울(509만원)이 유일했다. 나머지 16개 시·도 중 월평균 매출이 400만원이 되지 않는 곳도 10곳이나 됐다. 일반 시·군의 경우는 각각 평균 358만원, 314만원에 그쳤다.

결국 일부 택시회사들은 기사 수급을 위해 불법임을 알고도 과거와 같은 유사 사납금 형식의 임금제를 도입하기도 한다. 40년간 법인택시를 몰았다는 김모씨 “말만 사납금이 아닐 뿐이지, 하한선을 정해놓고 그 이하를 벌면 온갖 구실로 공제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급제는 비현실적 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얼마를 벌어오든 최저임금을 준다? 회사도 같이 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원국 국토부 2차관은 지난 1일 국토위 소위에서 “지역에 계속 법시행을 준비하라고 하고 있지만, 작동이 힘들다는 것이 한결같은 지방의 목소리”라며 “현재 서울 외 지역에서 주 40시간 이상 일하는 기사는 10%밖에 안 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택시업계의 위기감 속에 결국 택시노사도 법 개정 추진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양대 택시노조(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는 사업자 단체인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협회와 지난해 연말과 올해 6월 각각 “택시월급제로 공멸 위기감”에 공감하고 법률 개정을 위해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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