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으로 도배한 '음식 야동'은 가라

니들이 엿 맛을 알어?
박현택|220쪽|컬처그라퍼
  • 등록 2017-05-24 오전 12:15:00

    수정 2017-05-24 오전 12:15:00

[이데일리 오현주 선임기자] 서울서 ‘제일 잘하는’ 맛집 분류에 냉면이 빠지면 섭섭하다. 마니아가 꼽는 몇 집이 있긴 하다. 을밀대·우래옥·필동면옥·을지면옥 등. 굳이 공통점을 찾자면 평양식이란 물냉면집이다. 뽑히지 못한 사장님들은 섭섭해할 필요가 없다. 내 입맛을 사로잡는 냉면발은 따로 있다는 얘기를 하려는 거니까.

국립중앙박물관서 디자인 업무를 하는 저자가 본업보다 더 관심이 있다는 미식에 대한 ‘설’을 풀었다. 그런데 시선이 곱지 않다. ‘먹방’으로 대표하는 ‘보이는 음식’의 시대적 분위기가 못마땅한 탓이다. 음식이란 자고로 맛이고 그리움인데 왜 조리법과 장식 따위에 열광해야 하느냐는 거다. 원조 타령도 그렇다. 냉면만 볼까. 일제강점기부터 평양냉면이 맛있다고 소문은 났다지만 이제 와 ‘내가 원조’라는 게 가당키나 하느냐고. 서울냉면, 부산냉면이면 큰일 나느냐고.

책은 미식을 나열한다기보다 맛의 그리움을 떠올리며 오래된 단상을 들추는 식이다. 엿·감자·고등어·냉커피·짜장면·감미료·비빔밥 등 다양한 소재로 한 상을 차려냈다. 그러곤 제발 눈의 감각으로 혀의 감각을 대체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현란한 색과 소리로 도배한 장면은 ‘음식 야동’을 보는 것 같으니. 그저 음식은 둘 중 하나여야 한단다. 맛있거나 맛없거나.

거친 편집과 들쭉날쭉한 내용이 영 아쉽다. 완성본의 성찬은 제대로 차려내지 못한 듯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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