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의 IT세상읽기]유료방송 채널도 네이버 뉴스처럼 골라봤으면

CJ ENM-딜라이브 분쟁으로 채널 영향력 커져
유료방송요금 승인제에서 신고제 전환도 계기
시청자 선택권 확대 기여..경쟁력 없는 채널은 퇴출될 수도
  • 등록 2020-07-05 오후 12:16:28

    수정 2020-07-05 오후 12:25:07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IPTV나 케이블TV, 위성방송 같은 유료방송에서도 채널을 볼 때, 내가 원하는 것만 골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활성화되지 못했습니다.

유료방송 셋톱박스가 구형인데다, 지상파나 종편 등 정치적인 힘이 센 곳이 유료방송에 의무 전송을 강하게 주장해 왔고, 정부의 요금규제도 티어링(묶음) 상품별 승인제로 유지되고 있어 ‘원하는 채널만 골라 보고’여기만 요금을 내는 게 유료방송에서는 불가능했죠. 이런 시청이 가능한 유료방송 요금제를 ‘알라카르테’(a la carte; 알 라 까르뜨)라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 스트리밍 방송(OTT) 플랫폼이 급성장하고, 프로그램 수신료에서 일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알라카르테’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정부는 지난달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발표하면서 유료방송 요금제를 승인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한다고 했는데, 이를 계기로 알라카르테를 도입하는 일이 활성화되길 바랍니다.

▲과기정통부, 방통위, 문화부가 6월 22일 발표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 중 방송 규제 개선 내용(출처: 과기정통부)


CJ ENM-딜라이브 분쟁이 남긴 것.. 유료방송 채널도 달라진다

콘텐츠 강자 CJ ENM과 케이블TV 200만 명의 가입자를 가진 딜라이브간 채널 분쟁은 어떤 식으로 결론 나더라도 이제 ‘모든 채널을 봐야 하는 유료방송’에서 ‘원하는 채널만 보는 유료방송’으로 바뀌는 계기가 될 듯합니다.

현재로선 CJ가 요구한 대로 프로그램 수신료를 20% 올려주지 않으면 딜라이브 가입자들은 tvN, 엠넷 등 CJ 채널을 볼 수 없는데, 딜라이브 가입자 중 CJ 채널을 원하는 사람은 OTT ‘티빙’에 가입하거나 아니면 딜라이브를 떠나겠죠.

반대로 태광그룹 PP인 태캐스트 채널 일부는 LG헬로비전에서 볼 수 없게 된 경우도 있습니다. 티캐스트가 요구한 프로그램 사용료를 LG헬로비전이 거절했기 때문이죠.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경쟁력에서 우수한 PP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이어서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알라카르테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가 됐다”고 했습니다.

예전에는 알라카르테를 도입하면 티어 요금제에서 끼워 팔렸던 중소 PP들이 고사할 것이라는 반대 주장이 먹혔지만, 앞으로는 이용자 선택권에 더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깁니다.



유료방송 채널도 네이버 뉴스처럼 골라 봤으면

개인적으로는 네이버가 언론사들의 채널을 네티즌들이 마음대로 선택해 구독하게 하는 시스템처럼, 유료방송에서도 원하는 채널만 보고 돈을 내는 요금제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네이버에서는 지상파든, 종편이든, 신문이든, 온라인매체든 원하는 대로 골라볼 수 있죠.

물론 유료방송이 인터넷 플랫폼처럼 유연해지기는 쉽지 않은 측면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시청률이 낮아도 유료방송에서는 무조건 보게 만들라는 힘센 방송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료방송과 OTT, 인터넷 플랫폼 간 경계가 사라지고 있어, 유료방송에서만 보기 싫은 채널까지 합쳐져 있는 티어형 상품에 가입하고 비싼 돈을 내는 일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 역시 알라카르테에 대해 다시 서랍 위로 올려야 할 시기임을 알고 있고요.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사실 의무전송 채널(KBS, EBS)외에 콘텐츠 재송신(CPS) 협상을 근거로 유료방송 채널 구성을 해 왔던 것은 시장 자율 원칙을 지키는 취지도 있었다”면서 “유료방송 요금 신고제 전환 등으로 알라카르테 논의도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라고 했습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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