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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가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중간값)은 전년동월대비 6.0%로 집계됐다. 6%대 물가는 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만에 처음이다.
물가 수준도 높지만, 상승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가 크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2%대에 머물렀던 국내 물가 상승률은 올초 3%대로 오르더니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3월 4%대, 5월 5%대로 뛴 뒤, 한 달 만에 다시 6%대로 올라설 조짐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6.2%, 전월대비 0.7%를 예상한다”면서 “각종 원자재 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공산품 등으로 가격 상승이 확대된 데 더해 임대료 상승, 소비 확산 등에 따른 수요측 물가 압력의 가격 전이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연간 물가 전망치는 당초 4%대에서 5% 수준으로 올려잡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월 대비로도 꾸준히 0.6~0.7%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물가 정점이 올해 3분기 또는 연말까지로 늦춰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물가 상승기간이 길어져 물가 정점 시기가 연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김예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원자재 가격의 하방 경직성이 강해지고 원화 약세로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고 있어 연말께 6%대 물가 고점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박성우 DB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3%대 물가가 이어지다가 연말께 2%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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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물가가 6%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과 함께 한은이 7월 금통위에서 빅스텝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에선 더 강해진 분위기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6% 물가가 예상되고 기대인플레이션이 3.9%로 급등한 점 등을 고려해 한은이 7월 빅스텝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용구 연구원은 “7월 빅스텝 전망을 포함해 올 연말 기준금리 상단을 3.0% 수준으로 높여잡았다”고 설명했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연속 빅스텝’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연속 빅스텝으로 금리를 급격하게 올릴 경우 이자 부담 증가로 소비 위축 등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6%를 넘었다. 1년 전보다 8%포인트 넘게 증가한 것으로, 지난 2년간 가계 부채는 가처분소득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립금리 수준이 2.25~2.5% 정도로 연말 금리가 3% 이상 넘어간다면 경제에 유의미한 충격을 주게 될 것”이라면서 “올해 연말께 금리가 2.75%라고 가정해도 경제주체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커지고 수출도 4분기 마이너스로 떨어진다면 한은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경기침체를 감수하더라도 물가를 먼저 잡는 것이 우선이란 주장도 맞선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이 높긴 하지만 취약차주를 관리하면 시스템 리스크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다”면서 “약을 쓸 때 한 번에 세게 쓰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이 경기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물가 대응을 위해 연말 금리를 3.5%까지 올릴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나라도 3.0%까진 올려둬야 환율의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수입을 막을 수 있다”면서 “‘오버 킬’을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먼저 잡아 향후 더 큰 침체로 가지 않게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