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산 베어내니 외로운 속이 보였다…전아현 '설심산'

2021년 작
작은상자에 가둔 듯한 회색산수 '조각'
산세는 시멘트, 하늘은 레진으로 굳혀
거대한 산의 풍경, 정방형으로 잘라내
시커먼 흙덩이 절반은 감춘 인생인 듯
  • 등록 2022-04-10 오전 3:30:01

    수정 2022-04-10 오전 3:30:01

전아현 ‘설심산’(사진=리나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가파른 산봉우리에 눈과 연무가 뒤덮였다. 마치 날카로운 칼로 베어낸 듯 깊은 산세를 드러낸 듯한 검은 흙덩어리가 절반이다.

작은 상자 안에 갇힌 듯한 이 산수는 작가 전아현의 작업이다. 한눈에 담기도 어려운 거대한 산의 풍경을 정방형으로 토막 낸 듯한 신비로운 형체. 그런데도 작가는 그저 담백하게 ‘눈 덮인 깊은 산’이란 뜻의 ‘설심산’(雪深山 Mt. Seorak-2140-40-35·2021)이란 타이틀을 달아줬다. 전국 곳곳의 깊은 산을 돈다는 작가가 그중 설악산에서 가져온 모티프인가 보다.

작가는 회색산수에 비춰내는 사람의 마음을 ‘조각’한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그리는 방식인 심원법으로, 바닥을 알 수 없는 높은 산을 조감해낸다. ‘심산’이 단지 깊은 산이란 뜻만은 아니다. 잘라내니 속이 보이고, 더 처연하고 아프고 외롭더란 거다. 산허리에 걸친 낭떠러지 같은 시커먼 흙덩어리 절반은 감추고 사는 인생까지 투영하면 말이다.

산세의 형상은 시멘트로 굳혔다. 그 위 절반의 하늘은, 손을 대면 튀어오를 듯 물컹한 젤리처럼 보이는 레진이다. 작품 속 산에 눈높이를 맞추면 더 많은 것이 보인단다.

22일까지 서울 강남구 논현로142길 리나갤러리서 권소영·정서인과 여는 기획전 ‘산수풍경’에서 볼 수 있다. 시멘트·레진. 40×30㎝. 작가 소장. 리나갤러리 제공.

전아현 ‘심산’(深山 Mt. Seorak-2135-35-34·2021), 콘크리트·레진, 35×35㎝(사진=리나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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