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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연예계에는 ‘참신한’ 꼬마들의 활약에 눈에 띈다. ‘리틀 싸이’ 황민우(8) 군과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의 지대한(12) 군이 그 주인공이다.
사람들은 이 아이들의 정신을 쏙 빼놓는 끼와 마음을 움직이는 연기에 감탄했다. 어머니 혹은 아버지가 외국인으로 피부색이 남과 조금 다르다는 사실은 둘째 관심사였다.
둘은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다. 편견은 시작부터 깨져갔다. 외모부터 성격, 관심사, 심지어는 이력까지 닮은 점이 없었다. 작은 몸으로 ‘다문화(多文化)’를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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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 군은 어리지만 당찼다. 자신감이 넘쳤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서처럼 단 10초 만에 사람을 매료시켰다. 음악을 틀어줬더니 고사리만한 손과 발을 무아지경으로 흔들어댔다.
세 살 때부터 가수가 꿈이었단다. “전 세계적으로 싸이 아저씨보다 유명한 가수가 되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라이벌로는 빅뱅의 지드래곤을 꼽았다. “요즘 최고 인기 아니냐”면서 “인기를 겨뤄보고 싶은데 아직 만나보질 못했다”고 아쉬운 듯 한마디를 더했다.
무대에 임하는 자세 역시 프로 가수 뺨친다. 지난해 10월 가수 싸이와 함께 미국 공연에 나섰을 때였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니 절로 ‘신나게 하자, 미쳐버리게 만들자!’는 생각이 들더란다. 경호원도 10명이나 따라 붙었다. 민우 군은 “‘리틀 가수’가 아니라 ‘리틀 대통령’이 된 것 같았다”고 들떠 말했다.
대한 군은 ‘마이 리틀 히어로’의 메가폰을 잡은 김성훈 감독이 아역 캐스팅을 위해 전국을 돌다 안산다문화센터에서 발견한 보석이다. 꾸밈없이 순수한 모습에 영화에 함께 출연한 김래원, 이광수, 조안 등도 마음을 빼았겼다. 배우 이영애, 가수 인순이, 국회의원 이자스민은 서포터즈를 자처하고 나섰다.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며 대한 군의 꿈을 응원했다.
원래 꿈은 우주비행사였다. 지금은 바뀌었다. 배우다. “(연기가) 힘들지만 재밌다”고 극중 영웅이처럼 말했다. “우주비행사는 배우 돼서 영화에서 하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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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점이 딱 하나 있기는 했다. 어머니의 나라 베트남, 아버지의 나라 스리랑카보다 지금 사는 한국이 좋단다.
대한 군은 좋아하는 음식으로 갈비를 꼽았고, 민우 군은 삭힌 홍어, 산낙지, 순두부 등을 차례로 언급했다. 여기에 흥분하면 전라도 사투리가 툭툭. 입만 열면 청산유수에 말투는 또 어찌나 구수한지 여덟 살 꼬마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민우 군의 아버지 황의창(52) 씨는 “우리 민우가 늦은 나이에 얻은 막둥이”라며 “나이 많은 아빠 밑에서 자라다보니 또래보다 입맛, 취향 등이 다소 성숙할 순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에는 다문화 가정의 자녀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이 그려진다.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거나 따돌림을 당한 적은 없는지 물었다. 다행히 두 아이 모두 특별하게는 없다고 했다. 민우 군은 다시 음식 얘기를 하며 “베트남 쌀국수 정말 맛있는데 사람들이 ‘다문화’, ‘다문화’ 자꾸만 다른 것처럼 얘길 하니 기분이 좀 그렇기는 하다”라고 얼굴을 찡그렸다.
다문화의 뜻은 아느냐고 다시 물었다. “자주 듣긴 하는데 사실 뜻은 잘···. 외국사람이 한국 와서 아기 낳고..에휴” 민우 군이 어렵다는 듯 한숨을 쉬자 옆에서 대한 군이 거들었다. “엄마나 아빠 중에 한 사람이 외국사람이랑 결혼한 게 다문화 아니에요?” 아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민우 군의 아버지가 조용히 나섰다.
“사실 민우 같은 경우에는 사람들이 다문화 가정의 아이인 줄 몰랐었어요. ‘스타킹’ 등 방송에 출연해 그렇다고 하니까 알게된 거죠. 친구들이 ‘너희 엄마 베트남 사람이지?’ 계속 물어봐서 민우가 ‘너는 TV도 안 봤냐?’ 맞받아친 적도 있어요. 하지만 아이들은 단순한 호기심이지 그걸 이상하게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어른들이에요. 애 엄마가 베트남 사람이라니까 그때부터 유치원에서, 학교에서 부모들이 우리를 낮게 보기 시작하는데. 가슴이 어찌나 아프던지요.”
마무리는 민우 군이 했다. 누구보다 명쾌하게. “우리도 같은 한국사람이에요. 다르게 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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