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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인생에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었을까. 감독으로서의 첫 번째 ‘외도’. 불안, 기대, 초조, 설렘···. 그의 얼굴에서 다양한 감정이 읽혔다. “영화에 대한 반응이 ‘매우 좋다’, ‘좋다’, ‘보통이다’에서 갈리는 것 같아요. ‘양’ ‘가’는 없어 다행”이라고 기분 좋게 웃다가도 “개봉하고 2~3주 후면 바로 결과가 드러날 텐데 너무 초조해요. 판결을 기다리는 피고인의 심경이랄까요? 제가 이렇게 유약한 사람인지 처음 알았네요”라며 자책했다. 매사에 진취적이고 호방한 성격의 그가 이렇듯 작아진 모습은 처음이다.
오는 24일 영화 ‘톱스타’ 개봉을 앞두고 이 영화의 ‘감독’인 박중훈(47)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감독으로 선보인 첫 영화. “성장통 같은 작품이에요.” 그는 ‘톱스타’를 이렇게 줄여 말했다.
“사실 ‘톱스타’는 어렸을 적,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살았던 저 자신에 대한 반성문 같은 영화예요. 성공에 대한 욕구가 컸어요. 앞만 보고 달렸죠. 그러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알게 모르게 상처를 많이 주지 않았나 싶어요. 인기라는 권력에 취해서 말이죠. 그런 부끄러움이 이 영화에 담겨 있습니다.”
‘톱스타’는 최고를 꿈꾸는 남자, 최고의 스타, 그리고 최고를 만드는 여자를 통해 연예계의 추악한 이면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배우로서 28년을 살다 감독으로 변신한 박중훈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이야기로 승부수를 띄었다.
‘투캅스’의 불량형사, ‘라디오스타’의 한물간 록스타, ‘해운대’의 천재 지질학자, ‘내 깡패 같은 애인’의 백수 깡패에 이르기까지.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해 28년간 모두 41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충무로를 주름잡았다. 나름 부침도 있었으나 그만큼 정상에 오래 머문 배우도, 대중의 사랑을 뜨겁게 받은 스타도 드물다. 그런 이유로 혹자는 ‘굳이 연출에까지 욕심을 낼 필요가 있었느냐?’라고 반문한다. 이와 관련 박중훈은 “감독으로 성공하고 싶어서 이 일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감독으로서의 자신을 ‘굴러온 돌’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무수히 많은 시련이 따르겠지만 ‘박힌 돌’이 될 때까지 견뎌낼 생각”이라는 말로 앞으로도 꾸준히 연출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그렇게 힘든 일을 왜 굳이 하려느냐고 다시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힘든 것보다 좋아하는 일을 못해서 힘든 게 더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박중훈은 극 중 톱스타 원준(김민준 분)의 대사에 빗대 ‘톱스타 박중훈’의 오늘을 이야기했다.
“원준이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고 소감으로 이렇게 말하잖아요. ‘또 이렇게 상을 주시네요. 이젠 감사함을 지나 미안하기까지 합니다’. 저도 한해 남우주연상을 한달에 한 번씩 받았었는데, 사람이 너무 고마우면 미안해져요. 저는 세상에 미안합니다. 받은 것이 너무 많아서요.”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는 극 중 태식(엄태웅 분)의 매니저가 성공에 대한 욕망으로 점차 괴물이 되어가는 그를 보며 건넨 충고로 대답을 대신했다.
“‘성공한 사람보다는 행복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극 중 가장 공감 가는 대사이자 제가 진정으로 꿈꾸는 인생입니다. 지난 28년을 성공한 배우로 살았다면 앞으로는 영화 하는 사람, 행복한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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