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재판장 오상용)는 15일 민청학련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고 나병식 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상임이사 등 피해자 11명과 그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5억~8억원 등 총 107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지급된 형사보상금을 일부 공제해 손해배상액수로 인용된 금액은 총 95억원이다.
민청학력 사건은 지난 1974년 격렬해지는 유신 반대운동에 위기를 느낀 박정희정권이 이를 타계하기 위해 조작한 대표적 용공조작 사건이다. 박정희정권은 지학순 주교 등 재야세력 인사들과 대학생 등 180명을 구속하고 이들의 배경에 북한의 지령을 받은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가 있다며 관련자들을 구속한 후 재건위 주동자로 지목한 6명에 대해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민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할 의무가 있는 국가기관이 오히려 가해자가 돼 자유를 박탈한 조직적 인권침해 사건으로 위법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허위 자백을 강요받거나 고문, 협박, 구타를 당하고 짧게는 약 10개월에서 길게는 4년 4개월 동안 구금생활을 하며 자유를 박탈당했다”며 “가족들도 주변으로부터 불순세력 가족으로 매도당하며 살아야 했고 오랜 기간 적지 않은 사회적·경제적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헌법재판소의 지난 8월 ”민주화보상법상 보상금 지급 결정을 재판상 화해 성립으로 보도록 한 조항에 대해 ’정신적 손해‘에 대해선 조정 성립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위헌 결정을 근거로 ”원고 중 일부가 생활지원금과 보상금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지급 소송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