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치논리에 이용당한 '반도체 위기'

  • 등록 2015-11-17 오후 6:37:09

    수정 2015-11-17 오후 6:37:09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위기감이 컸기에 기대감도 컸다. 반도체 산업의 위기를 국회에서 논한다고 하니 왠지 한걸음이라도 해결책에 가까이 다가설 것 같았다.

결과는? 아쉬웠다. 기대했던 정책지원은 없었다. 그동안 잘해온 만큼 더 잘하라는 정부 당국자의 말이 씁쓸했다.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신성장산업포럼’ 이야기다. ‘중국의 부상에 따른 한국 반도체산업의 위기진단 및 생존전략’이라는 주제로 한국반도체산업협회와 노영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을 맡고 있는 노 의원은 이날 개회사에서 “몇년 전 예견했던 중국의 반도체 추격이 현실화하고 있다”며 업계 전문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반도체 산업의 생존전략을 찾아보자고 했다.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다. 포럼장을 찾은 정치인들의 축사가 이어졌다. 당초 예정에는 없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반도체 산업의 위기를 걱정해주는 듯 하더니 이내 각자의 의정활동을 홍보했다. 단상 뒤에 내걸린 ‘위기진단 및 생존전략’이라는 플래카드 문구가 무색했다.

예정된 시간을 한참 넘긴 뒤에야 반도체산업협회장인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의 축사 순서가 돌아왔다. 김 사장은 “향후 5년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반도체 산업의 향배가 갈릴 것”이라며 정부와 학계, 기업이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들의 발표 내용은 애절했다. 중국의 위협은 먼 미래가 아니었다. 당장 우수한 전문인력을 구하지 못하고 있었고 일감을 뺏기고 있었다.

분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마지막 순서인 패널토론 차례가 됐다. 예정대로라면 모든 행사가 끝났을 시간이 다 돼서야 패널토론이 시작됐다. 정치인들이 앉아 있던 앞자리만 비었을 뿐 200여명의 업계 관계자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산업부 실무자가 배석한 패널토론에서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확인하고 가겠다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에 쫓기면서 진행된 토론 자리에서 뾰족한 해법을 기대한 건 욕심이었다. 정부 측도 예산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국회를 찾았던 업계 관계자들은 결국 실망을 안고 다시 그들의 전쟁터로 돌아가야 했다. 이날의 유일한 승자는 정치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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