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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리설주 함께 영접 나와…북측 주민들 손엔 ‘한반도기’
오전 10시께, 문 대통령과 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전용기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김정은 위원장과 부인인 리설주 여사가 박수와 환한 미소로 맞았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때에 김정일 위원장이 순안공항에 직접 마중을 나온 적은 있으나 북한의 ‘퍼스트 레이디’까지 함께 한 마중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포옹을 하며 반가움을 나눴고, 김 여사와 리 여사 역시 재회의 인사를 주고받았다. 이어 문 대통령과 리 여사, 김 위원장과 김 여사가 각각 악수를 나눴다. 김 위원장 내외의 영접 후엔 북측 남녀 화동이 문 대통령 내외에 꽃다발을 전달했다. 문 대통령 내외가 받은 꽃다발을 받아 거둔 건 김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환영 현장을 지휘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등을 김 위원장으로부터 소개 받았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남측 수행단을 김 위원장엔 소개했다. 인사를 마친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안내에 따라 대기 중이던 인민군 의장대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북측 의장 대장인 김명호 육군대좌는 “대통령 각하, 조선인민군 명예부대는 각하를 영접하기 위해 분열하였습니다”라고 보고한 뒤 사열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도열한 의장대 인사 속에 사열대 위에 자리를 잡자, ‘조선인민군가’가 울려퍼지고 육·해·공군 의장대가 사열대 앞으로 분열 행진했다.
의장대 사열 후 두 정상 내외는 미리부터 나와 기다리고 있던 북측 환영 인파를 향해 걸었다. 문 대통령은 손을 흔들었고, 김 위원장은 박수를 쳤다. 형형색색 한복을 차려입은 여성, 정장을 갖춰입은 남성 주민들이 인공기와 한반도기, 조화를 흔들며 연호하는 ‘만세’ 소리는 최고조에 달했다. 주민들 뒤에 걸린 ‘평양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열렬히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프래카드 그대로였다. 문 대통령은 북측 주민 몇몇과는 악수를 하기도 했으며, 공항을 떠나기 전엔 깊이 고개 숙여 환영 인파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문대통령·김 위원장, 남북 정상 최초로 평양시내 카퍼레이드
오전 10시20분경 공항을 떠날 때에 문 대통령 내외는 김 위원장 내외와는 다른 차량에 올라탔다. 이 때문에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같은 차를 타고 숙소로 향했던 모습은 재현되지 않았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시내 백화원 초대소까지 이동하는 도중 여명거리에서 벌어진 카퍼레이드 때엔 검은색 벤츠 차량에서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의 추후 설명에 따르면, 두 정상은 순안공항 출발 후 버드나무 거리 3대혁명전시관 앞에서 내려 평양시민들과 인사를 나눈 뒤 한 차량에 동승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카퍼레이드 내내 오른 팔을 번쩍 들어 왕복 34차선도로 양쪽에 늘어선 평양 시민들에 인사를 했다. 옆에 선 김 위원장도 흡족한 미소를 띠며 연신 박수를 쳤다. 수십만 명으로 추산되는 북측 주민들은 ‘조국통일’ ‘평화번영’ 등을 연호했고, 진달래 모양의 꽃술을 흔들었다.
두 정상이 순안공항부터 평양도로, 3대혁명전시관, 영생탑, 려명거리, 금수산태양궁전을 지나 백화원에 도착한 시각은 11시20분께였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프레스센터가 차려진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브리핑을 통해 “남북관계에 있어 처음이 많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평양 정상회담은 오늘이 처음이고 부부의 공항 영접도 당연히 처음으로, 외국 정상과의 만남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환대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백화원 초대소까지 오는 과정에 시간이 길어진 건 중간에 카퍼레이드가 있었고, 많은 북한 주민들이 나와서 연도에서 환영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