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尹 검찰 공약 취지 공감…새정부서 논의 적극 참여"

인수위 업무보고…'반대' 박범계 입장과 다소 차이
"수사지휘권 행사로 중립성·독립성 논란 발생 공감"
직접수사 확대·형사사건 규정 개정도 사실상 찬성
  • 등록 2022-03-29 오후 7:29:08

    수정 2022-03-30 오전 12:22:23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박태진 기자] 법무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검찰 개혁 공약의 취지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대를 표시했다. 새 정부 출범 후 법령 개정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의 공약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입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 인수위 측의 설명이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는 29일 오후 법무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당초 지난 24일 예정됐던 법무부 업무보고는 인수위가 박 장관의 공개적인 공약 반대 입장 표명을 이유로 전격 유예한 바 있다. 업무보고엔 주영환 법무부 기조실장, 이상갑 법무실장, 구자현 검찰국장 등 핵심 인사들이 모두 참석했다.

인수위에 따르면 이날 업무보고에 참석한 법무부 간부들은 윤 당선인 검찰 핵심 공약인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에 대해선 입장 표명을 하지 않으면서도 “수사지휘권 행사로 검찰의 중립성·독립성 훼손 논란이 일정 부분 발생한 부분에 대해선 공감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 박 장관이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했던 ‘검찰의 직접 수사 확대’에 대해서도 법무부는 일정 부분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검찰과 경찰이 서로 사건을 떠넘기는 식의 ‘핑퐁식 사건처리’와 수사지연 등이 발생하는 현실에 대해 공감하며 “일정 부분 수정·정비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법무부 간부들 적극적 답변…박범계 언급 말아야”

다만 ‘검찰의 독자적 예산편성권’에 대해선 원론적 입장만 주고받았다. 인수위원들이 “별도 법률 개정 없이도 현재 국가재정법 등에 근거해 검찰의 독자적 예산편성권이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법무부 간부들은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지만 인수위 의견을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박 장관도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혔던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필요성엔 법무부도 적극적 개정 논의를 약속했다. 인수위원들은 보고에서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이 선별적·정치적으로 행사됐다”고 지적했고, 법무부 간부들도 “폐지를 포함해 해당 규정 개정을 두고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인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법무부 간부들의 구두 답변이 박 장관의 발언이나 법무부 서면 보고자료와는 다소 차이가 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면 답변이 원론적 내용이었다면 실제 업무보고에선 더 적극적·긍정적으로 답변했다”고 밝혔다.

주영환 법무부 기조실장(오른쪽)이 29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업무보고를 하기 위해 대기하며 구자현 검찰국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인수위사진기자단)
그러면서 박 장관을 향해 “새 정부에 대한 업무보고에 박 장관은 언급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박 장관이 입장을 밝히는 바람에 법무부만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고 비판했다.

신·구 권력 간 검찰 개혁 이슈는 최대 쟁점 중 하나다. 대검에 이어 법무부도 공약 협조 입장을 밝혔지만, 민주당이 국회 권력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한동안 대치 전선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시절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을 “개악”이라고 비판한 후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그는 대선 공약으로 ‘검찰 권한 회복’을 내걸었고 대선 승리 후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윤 당선인 측의 검찰 개혁 드라이브는 민주당 내부에서 ‘문재인정부의 검찰 개혁이 후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윤 당선인의 검찰 개혁 공약에 대해 ‘절대 불가’를 고수하고 있어, 21대 국회 내에 관련법 개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민주당 현역 의원이기도 한 박 장관의 입장은 이 같은 당내 분위기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尹·민주, 입법 쉽지 않아…“현 제도 안착 주력”

민주당 강경파 사이에선 애초 추진했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개혁까지 마무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회장은 물론 최근 새로 선출된 박홍근 원내대표도 검수완박 입법 의지를 분명히 했다. 윤 당선인 취임 후엔 거부권 행사가 가능한 만큼 오는 5월 9일 임기가 끝나는 문재인정부 내에서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수차례 밝혔다.

하지만 실제 입법 강행 여부는 미지수다. 당장 당내 온건파들의 지지나 동조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검수완박 입법을 밀어붙일 경우 6월 1일 열리는 지방선거에서의 역풍을 우려한다. 한 중진 의원은 “여론은 새로 출범한 정부에 우호적인 경우가 많다”며 “민생 경쟁을 해야 할 시점에 검찰 입법을 강행하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자칫 오만하고 대선 패배를 반성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당내 분위기를 고려해 원내대표 선거기간 중 강경 입장을 고수했던 박 원내대표도 지난 27일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입법엔) 당 내부에서부터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발 물러섰다.

결국 21대 국회가 끝나는 2024년 5월 말까지는 현재의 검찰 제도가 큰 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법조계 내부에서도 시행이 불과 1년을 조금 넘긴 현 제도를 바꾸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양측 개정안 모두 입법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동안 일부 문제점을 고치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은 현 제도 안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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