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LG생활건강은 화장품 전체 매출은 줄었지만, 초고가 화장품 시장의 성장과 생활용품·음료 부분 매출이 성장을 이끌어 역대 최대 1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LG생활건강은 2020년 1분기 매출 1조 8964억원, 영업이익 3337억원, 당기순이익 2342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대비 각각 1.2%, 3.6%, 3.7% 성장한 수치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005년 3분기 이후 58분기 연속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2005년 1분기 이후 60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부 사업군별 실적을 살펴보면 화장품을 주력으로 한 뷰티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4% 감소한 1조 665억원, 영업이익은 10.0% 감소한 2215억원을 기록했다. 생활용품인 HPC(에이치피시·Home & Personal Care) 사업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각각 19.4%, 50.7%로 성장하며 전사 실적을 견인했다. 리프레시먼트(음료) 사업 또한 주요 브랜드들의 안정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건실한 실적을 달성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 줄어든 1조 2793억원, 영업이익은 67% 감소한 679억원을 기록했다고 28일 밝혔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도 1조 1309억원의 매출과 60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2%, 67% 감소한 수치다. 국내 온라인 채널 매출이 80% 이상 증가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면세점, 백화점, 로드숍 등 오프라인 채널 매출이 하락하며 영업이익도 감소했다. 국내외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감소하고, 주요 화장품 브랜드들도 에스쁘아를 제외한 대부분이 전년 대비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중국 시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LG생활건강이 실적 방어에 성공할 수 있던 이유는 ‘초고가 라인’ 전략이 성공적이었기 때문이다. ‘숨’, ‘후’, ‘오휘’ 등 럭셔리 브랜드들에 대한 견고한 수요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의 충격을 최소화했다.
실제로 LG생활건강 화장품 초고가 라인에서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후’의 판매량 감소가 예상보다 적었다. 중국 시장 매출액은 6%대 하락, 전체 매출액은 8%대 하락에 그쳤다. LG생활건강의 면세점 채널 화장품 매출이 16% 정도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충성고객들이 면세점 채널이 막혀도 온라인 등 다른 채널을 통해 제품을 구매한 것으로 보인다. ‘숨’과 ‘오휘’의 초고가 라인이 높은 수요를 기반으로 성장했고, 더마화장품 ‘CNP’ 또한 13%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반면 초고가 라인업이 부족했던 아모레는 전반적인 화장품 매출 타격이 컸다. 지난 1월 롯데면세점과 손잡고 안티에이징 스킨케어 화장품 브랜드 ‘시예누’(SIENU·時姸露)를 선보인 바 있지만, 감염병 여파로 면세점 판매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또 상대적으로 더욱 다양한 브랜드를 운영하는 만큼, 광고 및 오프라인 매장 운영비 등 영업이익 대비 판관비가 많이 드는 점도 아모레의 영업이익 타격에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아모레는 초고가 화장품 라인의 채널을 면세점에서 홈쇼핑 등으로 다각화하고, 오프라인보다 대외 요인이 덜 미치는 온라인 유통 라인을 넓혀갈 계획이다. 최근 롯데면세점에 이어 롯데홈쇼핑과 협업을 맺고 전용상품을 출시하기로 한 것은 같은 맥락이다. 화장품 카테고리 전체 매출액이 줄어든 가운데서도 티몰 등 중국 온라인 채널 내에서 럭셔리 브랜드의 온라인 매출이 50% 이상 성장한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북미 사업 매출도 온라인 채널과 멀티브랜드숍 중심으로 라네즈와 이니스프리 브랜드 매출이 성장해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한 230억원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 속에서 디지털 채널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고, 디지털 체질 개선과 맞춤형 화장품 기술로 새로운 도약의 기반을 준비했다”면서 “면세 및 백화점 등 주요 오프라인 채널의 매출 하락으로 영업이익은 감소했지만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신제품 출시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