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n번방 회원 전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경찰 역시 해외 기업과의 협업를 통해 수사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텔레그램 등 일부 기업은 사용자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있어 수사엔 난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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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잡자 디스코드로 이동한 性 범죄
민갑룡 경찰청장은 23일 서면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자체 모니터링 등을 통해 디스코드를 이용한 아동 성 착취물 및 불법음란물 유통 사례를 확인해 수사하고 있다”며 “지난 19일 여성단체로부터 다수의 제보를 접수해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전국 사이버성폭력 전담수사팀을 중심으로 미국 등 해외 법집행기관 등과 긴밀히 공조해 적극 수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디스코드는 게임 이용자들이 필요한 실시간 소통을 음성 메신저로 즉각 주고받는 채널이다. 이용자 간 많은 대화가 필요한 게임에서 주로 사용되는데, 최근 이 곳에서도 성 착취물 유통을 위한 비밀 대화방이 개설된 정황이 확인된 것. `박사방` 등 텔레그램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자 이용자들이 다른 메신저로 옮겨간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외설적인 허위 사실·신상 정보와 함께 지인 사진을 올리는 이른바 `지인능욕` 게시물도 여전히 트위터와 텀블러 등 SNS를 통해 유포되고 있다. 범행 대상에는 성인 뿐만 아니라 중·고등학생 등 미성년자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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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분노한 디지털 성범죄…해외 업 협조 ‘난항’
경찰은 지난해 9월부터 n번방을 포함해 텔레그램 성 착취 대화방에 대한 수사를 벌여 지난 20일까지 총 124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이 중 `박사` 조모씨를 포함한 18명을 구속했다. 이를 통해 박사방의 주요 피의자뿐만 아니라 최초 n번방 피의자 상당수를 잡아들였다. 일단 어느 정도 성과를 내긴 했지만 경찰이 해당 범죄의 뿌리를 뽑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범행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채널이 외국계 기업인 탓이다.
디스코드의 경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기업으로 관련 절차에 따라 요청을 하면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가장 많은 범죄가 벌어지고 있는 텔레그램은 협조가 쉽지 않다.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를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기업인데다가 아직 본사 위치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탓에 최초 n번방 운영자인 `갓갓`의 정체도 특정해 놓은 상황이지만, 결론을 내는 데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텔레그램에 있는 이메일 주소로 불법촬영물이 있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면 `받았다. 안 받았다`하는 회신 없이 2~3일 뒤엔 해당 촬영물이 없어져 있다”며 “다만 사용자의 인적사항에 대한 협조를 요구하는 메일에는 아무 반응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의) 수사기관 요청에도 반응이 없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텔레그램 추적 지원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필요하면 경찰청에 특별조사팀이 강력하게 구축됐으면 한다”며 “플랫폼을 옮겨가며 악성 진화를 거듭해온 신종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철저한 근절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