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서 디스코드로 `망명`…`n번방` 성범죄수사, 난항 예고

`텔렉시트(텔레그램 이탈)`, 게임메신저 디스코드 망명
텀블러·트위터 상에도 `지인능욕` 성범죄 여전히 성행
文대통령 "n번방 회원 전원에 대한 조사 필요" 강조해
해외기업들과 협업이 관건…텔레그램 등 소통 어려워
  • 등록 2020-03-23 오후 4:41:47

    수정 2020-03-23 오후 4:41:47

[이데일리 박기주 박순엽 기자] 이른바 `n번방`, `박사방`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 내 성범죄에 대한 경찰 수사망이 좁혀지자 텔레그램에서 활동하던 성범죄자들이 디스코드 등 다른 메신저로 망명하고 있는 정황이 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n번방 회원 전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경찰 역시 해외 기업과의 협업를 통해 수사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텔레그램 등 일부 기업은 사용자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있어 수사엔 난항이 예상된다.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유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20대 남성 A씨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정에서 나와 경찰 호송차에 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텔레그램 잡자 디스코드로 이동한 性 범죄

민갑룡 경찰청장은 23일 서면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자체 모니터링 등을 통해 디스코드를 이용한 아동 성 착취물 및 불법음란물 유통 사례를 확인해 수사하고 있다”며 “지난 19일 여성단체로부터 다수의 제보를 접수해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전국 사이버성폭력 전담수사팀을 중심으로 미국 등 해외 법집행기관 등과 긴밀히 공조해 적극 수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디스코드는 게임 이용자들이 필요한 실시간 소통을 음성 메신저로 즉각 주고받는 채널이다. 이용자 간 많은 대화가 필요한 게임에서 주로 사용되는데, 최근 이 곳에서도 성 착취물 유통을 위한 비밀 대화방이 개설된 정황이 확인된 것. `박사방` 등 텔레그램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자 이용자들이 다른 메신저로 옮겨간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른바 `텔렉시트(텔레그램과 엑시트(Exit)의 합성어)`라고 해서 성 착취물 공유한 사람이 텔레그램에서 빠져나가고 디스코드라는 게임 관련 메신저를 통해 유통된다는 얘기가 있다”며 “이에 대한 (고발이) 몇 건 들어와서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외설적인 허위 사실·신상 정보와 함께 지인 사진을 올리는 이른바 `지인능욕` 게시물도 여전히 트위터와 텀블러 등 SNS를 통해 유포되고 있다. 범행 대상에는 성인 뿐만 아니라 중·고등학생 등 미성년자도 많았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23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디지털 성범죄 N번방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대통령도 분노한 디지털 성범죄…해외 업 협조 ‘난항’

텔레그램 n번방(박사방)에서 벌어지는 범행은 보통 고액 아르바이트 등을 미끼로 피해자들을 유인해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받아낸 뒤 이를 빌미로 성 착취물을 찍도록 협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일명 `갓갓`이 n번방을 가장 먼저 만들어 범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고, `박사`가 만든 방은 유사한 범죄 중 가장 악랄하게 피해자들을 괴롭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해 9월부터 n번방을 포함해 텔레그램 성 착취 대화방에 대한 수사를 벌여 지난 20일까지 총 124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이 중 `박사` 조모씨를 포함한 18명을 구속했다. 이를 통해 박사방의 주요 피의자뿐만 아니라 최초 n번방 피의자 상당수를 잡아들였다. 일단 어느 정도 성과를 내긴 했지만 경찰이 해당 범죄의 뿌리를 뽑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범행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채널이 외국계 기업인 탓이다.

디스코드의 경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기업으로 관련 절차에 따라 요청을 하면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가장 많은 범죄가 벌어지고 있는 텔레그램은 협조가 쉽지 않다.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를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기업인데다가 아직 본사 위치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탓에 최초 n번방 운영자인 `갓갓`의 정체도 특정해 놓은 상황이지만, 결론을 내는 데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텔레그램에 있는 이메일 주소로 불법촬영물이 있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면 `받았다. 안 받았다`하는 회신 없이 2~3일 뒤엔 해당 촬영물이 없어져 있다”며 “다만 사용자의 인적사항에 대한 협조를 요구하는 메일에는 아무 반응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의) 수사기관 요청에도 반응이 없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텔레그램 추적 지원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필요하면 경찰청에 특별조사팀이 강력하게 구축됐으면 한다”며 “플랫폼을 옮겨가며 악성 진화를 거듭해온 신종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철저한 근절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홀인원' 했어요~
  • 우아한 배우들
  • 박살난 車
  • 화사, 팬 서비스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