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간 가족 내에서 왕따 아닌 왕따가 되고서야 마지 못해 어머니를 따라 나선 정씨 아버지는 지난 19일 집 근처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검사 결과는 다행히 음성으로 나왔지만 정씨는 매주 한번 가는 본가를 당분간 찾지 않기로 했다. 이번 주 예정됐던 가족모임도 취소했다. 정씨는 “고령자에게 코로나19는 치명적이라 온 가족이 설득했지만 소용 없었다”면서 “집회 참석자 중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데도 아버지가 검사를 받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우셔서 황당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
최근 성북 사랑제일교회 등 교회를 매개로 한 대규모 집단감염에 15일 광화문집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까지 나오면서 집회를 참석한 고령층과 그 자녀들이 갈등을 겪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고령인 부모들이 광화문집회 참석 사실을 숨기거나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지 않겠다고 버티면서 가족 간 불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외동 자녀를 둔 부모 커뮤니티의 한 회원은 “광화문집회에 다녀오신 시어머니가 자가격리라도 하실 줄 알았는데 안부 전화를 드리니 언제 올 거냐고, 빨리 손주 얼굴을 보여달라고 하신다”며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서울시의 코로나19 진단검사 이행명령 대상이 사랑제일교회 교인과 방문자 4053명에서 8월 8일·15일 광화문 일대 집회 참가자로 확대되면서 검사를 거부하는 노부모에 대한 성토도 온·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늘어나는 형국이다. 어린 자녀가 있거나 암환자 등 코로나19 고위험군에 속한 가족이 있는 경우 가족 간 마찰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조부모에게 아이를 맡기는 일부 맞벌이 부부는 혹시 모를 집회 발(發) 감염을 우려하지만 내색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손주 육아를 맡고 있는 조부모들이 등을 돌릴 경우 대안이 없기 때문. 서울 마포구에서 3살짜리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 모씨(35·여)는 “친정 엄마가 집회에 나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으로 화를 냈다”면서 “남편도 걱정했지만 가족 중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 싫은 내색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방역당국도 사랑제일교회 관련 검사 대상자들이 협조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휴대전화를 꺼 놓고 연락 두절인 분을 경찰하고 협조해서 찾아가면 검사에 대해 아주 극도의 불신감을 나타내면서 거부한다”면서 “확진 판정받고 그 분들을 의료원까지 데려가는 데만 해도 한 2시간 정도 걸릴 정도로 굉장한 실랑이를 벌였다”면서 행정력 낭비를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 행정력으로 광화문·경복궁 집회, 사랑제일교회를 100% 완벽하게 파악하기 힘들다”면서 “집회와 사랑제일교회 등 수도권 교회를 방문한 분은 자발적으로 진단 검사에 응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