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처럼 저도 술을 못마셔요"…어색함 풀린 이산가족 만찬장

南주최 환영만찬, 저녁 7시부터 2시간 진행
北보장성원들 남측 음식에 관심…사진찍기도
  • 등록 2018-08-24 오후 8:42:59

    수정 2018-08-24 오후 8:42:59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의 조정기(67·왼쪽)씨가 북측의 아버지 조덕용(88)을 만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금강산 공동취재단] “아버지, 저도 요만큼도 술을 못먹어요.”

24일 저녁 7시쯤부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대연회장에서 진행된 남북 이산가족 환영만찬에서는 앞서 단체상봉으로 어색함이 풀린 남북 가족들이 서로 술잔을 주고받으며 못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상봉에서 유일하게 부자간 만나게 된 조봉기(67)씨는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헤어진 뒤 처음 만난 아버지지만, 음주 내력만큼은 꼭 닮은 사실을 확인했다. 아버지 조덕용(88)씨의 북측 아들인 조학길(61)씨가 조씨에게 ‘아버지가 술을 못하신다’고 일러주자 조씨는 “저도 요만큼도 술을 못먹어요”라고 답했다. 조씨 가족은 술 대신 와인잔에 물을 따라 “건강하세요”라며 서로에게 당부하며 건배를 나눴다.

북측의 언니를 만난 최성례(78)씨는 언니 최성순(85)씨가 술을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함께 나오는 북측의 조카 김정미(50)씨에게 막걸리를 따라주기도 했다.

우리측이 주최한 이번 환영만찬에서는 막걸리를 비롯해 ‘좋은데이’, ‘카스’ 등 우리측 술이 놓였다. 술과 함께 음식으로는 전복과 매생이죽, 한방소갈비찜, 메로구이, 보쌈김치, 해파리냉채 등이 풍성하게 차려졌다.

특히 이날 만찬장에서는 북측의 보장성원(지원인력)들도 남측 음식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북측의 보장성원들은 김치전과 부추전을 보고 ‘이것이 뭐냐’고 묻기도 하고, 해파리냉채를 보고는 ‘해파리를 이렇게 요리합니까’하며 신기해 하기도 했다.

한편 남북 이산가족은 이날 환영만찬을 끝으로 첫날 상봉행사 일정을 마무리한다. 남북 이산가족은 상봉행사 이튿날인 25일에는 가족별 개별상봉과 개별식사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이들은 26일까지 2박 3일간 모두 6차례, 12시간의 만남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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