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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먹통 사태를 초래한 SK(주)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를 두고 SK의 화재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하 3층 전기실 내 배터리에서 불꽃이 시작됐지만, 화재는 지하 3층에만 머물렀는데, 사고 나흘째인 18일 오전 9시까지 전원 공급은 95%만 이뤄졌기 때문이다. 전원 공급이 늦다는 건 그만큼 서버 복구가 지연된다는 걸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지하실 화재로 데이터센터 전체가 장기간 블랙아웃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했다. 가스가 아닌 물로 제압한 걸 복구를 늦춘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하실에만 머문 불길…물뿌려 전원 차단 극히 이례적
18일 경기소방본부와 IT 업계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지하 3층 쪽에만 불이 번졌고 지하실 화재 사실이 인지된 즉시 할론 등 소화가스(산소를 없애 화재를 진압하는 가스)가 자동분사됐다. 가스를 뿌려도 배터리에 붙은 불길이 잡히지 않자, 소방대원들이 출동한 뒤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경기소방본부 관계자는 “불은 다른 층에는 번지지 않았다”고 확인하면서 “배터리는 전기시설이다 보니 전기를 차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물로 끄면 일이 커진다. 전기를 차단하니 전체가 마비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부터 소방관련 점검을 했는데 지적사항은 없다”고도 했다.
과거 화재 때는 전원 살아…인근 소방서와 사전 연습 필요
정부종합전산센터 센터장을 지낸 강중협 한국인터넷데이터센터연합회(KDCC)회장은 “데이터센터 화재는 가스로 하는 게 원칙인데 할론가스는 비싸다. 화재대비 연습을 하려 하니 당시 3억 원 정도 들더라”라면서 “데이터센터는 배터리 등을 이중화하고 자가발전기도 있다. 이렇게 오래 전원 공급이 되지 않은 건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데이터센터는 화재가 나기도 어렵지만 대응을 잘하려면 인근 소방서와 사전 협의해 1년에 한 번 정도 연습이 필요하다. 소방 호스를 들고오지 않게 하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KDCC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인터넷 서비스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500㎡ 이상의 데이터센터가 200여 개 정도 된다. 미국(815개), 영국(210개)보다는 적지만, 세계시장 점유율 10% 정도로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IT강국 대한민국 인터넷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 화재대응 매뉴얼을 정교화하는 게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