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시기와 장소가 구체화되면서 당권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조짐이다. 오는 23일 당원투표 100% 반영, 결선투표제 도입 등 당헌 개정을 완료한 후 당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후보 등록 시점 등이 순차적으로 정해지면 후보들 간 합종연횡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은 내년 3월 8일 잠실 올림픽체조경기장, 3월 10일 일산 킨텍스를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후보 장소로 정하고 예약을 완료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재 예약된 두 곳 중에 지방 당원들의 접근성, 현장 집중도를 고려하면 현재로서는 잠실 올림픽 체조경기장이 결정될 가능성이 더 높다”며 “수만명의 당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컨벤션 효과(정치적 이벤트 후 정당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가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상임전국위원회에서 윤두현 상임전국위원회 의장 직무대행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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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예산안 처리,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등을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국회가 사실상 개점휴업인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전당대회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 비상대책위원회 종료 시점(내년 3월 12일)이 3개월 여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남은 기간 모든 준비작업을 끝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전당대회 한달 여 전에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되는 점을 고려하면 후보 등록기간은 내년 1월 10일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 지도부는 오는 23일 열리는 전국위원회에서 당원투표 100% 반영, 역선택 방지 조항 및 결선투표제 신설 등 당헌·당규 개정을 완료하면, 이후 전당대회 선관위를 구성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전대 계획표가 나오면서 선거전도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당권 주자로 꼽히는 후보들은 주판알을 굴리며 본인에게 유리할 수 있는 여러 경우의 수를 따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현직 장관의 당 대표 차출설은 내년 윤석열 정부의 첫 개각 시기 등을 고려해도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갈수록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현직 장관 중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권영세 통일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이다. 이 중 최다선인 4선 출신 의원인 권 장관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용산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한 장관은 검찰 출신에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지만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원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민·당·정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 차출설에 대해 “장관직 수행하는 것이 국민들한테 약속해야 할 일이지, 한 눈 팔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오른쪽)과 장제원 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민공감’ 2차 공부 모임에서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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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 현직 의원으로는 안철수, 김기현, 조경태, 윤상현, 권성동 의원 등이 당 대표에 도전할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힌다. 안 의원은 최근 3박 4일 일정으로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을 방문해 당원들과 스킨십을 하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윤핵관(윤석열대통령 핵심관계자)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과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설’이 이슈가 되며 주목을 받은 김 의원은 국회 인근 빌딩에 선거 사무실을 차리고 본격적으로 선거 레이스가 뛰어든 상황이다. 당내에서는 내년 초 후보 등록을 앞두고 이해관계에 따라 후보들 간 이합집산이 벌어지면서 당원 레이스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