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설화에 난처해진 김기현…의원정수 축소로 국면전환

金 "민심 반영해 의원정수 축소 고려"
다음주 전원위원회서 논의될지 미지수
잇단 최고위원 실언에 돌파구 해석도
"선거제 무산시키기 위한 출구 전략"
  • 등록 2023-04-06 오후 5:31:46

    수정 2023-04-06 오후 7:31:31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최근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들의 잇단 구설수로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김기현 당 대표가 국회의원 정수 축소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회를 향한 싸늘한 민심을 반영해 현행 300석인 국회의원 의석 수를 최소 30석 이상 줄이는 방안을 다음주부터 열리는 전원위원회에서 논의하자고 다소 파격적인 제안을 한 것. ‘과도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일환이다. 다만 현실가능성이 떨어져 위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화제 전환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10명 중 7명 확대 반대…金 “최소 30석 감축 가능”

김 대표는 6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다음주 열리는 전원위에서 논의를 시작하기 전에 가장 중심에 있는 대전제는 민심”이라며 “국민들이 국회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300개 의석이 절대적인 숫자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헌법에서도 국회의원 수를 200인 이상으로 규정한 만큼 현행보다 최소 30석 이상 의석수를 줄일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국회에서 국회의원 의석수를 200석으로 시작했으며, 이 같은 숫자를 명시해 규정한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의석 수 축소를 언급했다.

앞서 여야 합의로 구성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정치관계법개선소위는 지난달 17일 비례대표 50명을 증원해 국회의원 정수를 총 350명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된 결의안을 채택했다. 하지만 직후 비판 여론에 부딪혀 결국 지금의 300명을 유지하기로 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국회의원 증원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였다. 한국갤럽이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회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응답은 57%로 과반을 넘었다. 여론조사공정이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약 70%가 현행 300명인 국회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고 응답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기존 의결안과 충돌…“선거제 논의 무산 가능성도”

김 대표의 발언은 최근 당 지도부의 잇단 실언으로 출범 한 달도 안된 김기현호(號)가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정부가 초과생산된 쌀을 의무 매입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대안으로 ‘밥 한공기 비우기 운동’ 제안(조수진 최고위원), 5·18 정신 헌법 수록 및 제주 4·3 사건 관련 실언(김재원 최고위원)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어서다. 해당 논란 이후 김 최고위원은 한달 간 최고위원회의 참석 등 공식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으며, 조 최고위원도 사과 발언을 했지만 역풍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 심사를 위한 전원위원회 첫 회의가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여기에 새 지도부 출범 이후 당정 일체를 줄곧 강조했지만 대통령실과 제대로 호흡을 맞추지 못한 점도 한계점으로 거론된다. 정부가 추진 중인 근로시간 개편 관련 주69시간 논란과 전기·가스요금 인상 등과 관련해 수차례 당정협의를 진행했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이 주도권을 갖고 정책을 챙기기보다는 대통령실에 이끌려 민생과 동떨어진 행보를 하면서 전당대회 이후 컨벤션 효과가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44.3%에서 37.1%(3월 첫주 대비 3월 마지막 주 조사 결과)로 7.2%포인트나 하락했다. 이 기간 민주당 지지율은 40.7%에서 47.1%로 6.4%포인트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꺼내든 국회의원 축소 카드가 오는 10~13일까지 열리는 국회 전원위에서 논의될지는 미지수다. 익명을 요구한 여당 한 의원은 “의원정수를 줄이는 방안은 사실상 비례대표를 줄이자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야당과) 합의하기는 쉽지 않다”며 “김 대표가 새로운 어젠다를 던져 국민들에게 화제 전환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김 대표 의원정수 축소 발언 이후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으로 어려울 때마다 의원정수가 마치 약방의 감초인 양 꺼내 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인기에만 영합하고 위기를 모면하려는 모습은 결코 국민들에게 박수받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실상 의원정수 축소 카드가 선거제도 개편을 무산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당 지지율도 좋지 않고 최근 각종 논란으로 리더십에 타격을 입자 여론을 반영해 해당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이 안건은 기존 의결된 안건을 덮을 수 있으며, 결국 선거제도 개편안 자체를 무산시키기 위한 일종의 출구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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