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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아(000270)는 디젤 모델을 계약한 고객들에게 60만~80만원 상당의 추가 금액을 내야 한다고 통지했다. 대상 차종과 금액은 디젤 모델에 한하며 추가 금액은 △스포티지 65만원 △쏘렌토·카니발 75만원이다.
기아가 해당 디젤 모델들의 가격 인상을 단행한 건 올해부터 디젤차의 배출가스 자기진단장치(OBD) 인증 방식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OBD는 배출가스 저감 관련 부품의 오작동으로 배출가스가 기준치보다 증가할 때 차량 계기판을 통해 경고하는 장치다. 디젤 엔진차의 OBD는 유럽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완성차 제조사는 인증 방식으로 ‘유럽연비측정방식(NEDC)’을 기준으로 삼았다. 하지만 유럽이 올 1월1일부터 국제표준배출가스시험방식(WLPT)을 채택하기로 선언하며 국내 기준도 바뀌게 됐다.
문제는 출고 대기기간이 길어지면서 지난해 계약한 대다수의 고객이 차량을 인도받지 못한 탓에 이로 인한 가격 인상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달까지도 기아의 출고대기기간은 △스포티지 디젤 28주 이상 △쏘렌토 디젤 52주 이상 △카니발 디젤 32주 이상 등 적체현상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일부 고객들은 기아의 대응방식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WLPT 채용은 이미 예견된 상황인데, 구체적으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의 경우는 연식변경 모델에서 일부 사양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디젤 엔진 가격을 올렸다. 실제 최근 싼타페는 연식변경 모델을 통해 일부 사양을 추가하는 대신 101만~107만원을 올렸다. 나머지 투싼, 펠리세이드, 스타리아 등은 기존부터 강화된 규정에 맞는 부품을 탑재해 출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아 관계자는 “강화된 규정에 대응하기 위해 부품을 추가로 탑재해야 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며 “지난 9월께 가격 인상 관련 지침을 전달했지만, 고객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