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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남측 방문단으로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석한 송유진(75)씨가 북측의 가족을 다시 만나는 건 지난 1992년 이후 20여년만이다.
황해도 남천이 고향인 송씨는 6·25 전쟁 당시 어머니가 큰누나와 자신은 할아버지가 계신 포항으로 피신시키고, 어머니는 여동생과 남동생을 데리고 친정집인 개성으로 가면서 어머니와 동생과 헤어지게 됐다. 송씨는 “당시만도 개성이 남한 땅이었지만, 전쟁이 격화되고 결국 휴전이 되면서 어머니와 나머지 형제들이 못 내려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어머니와 헤어진 송씨가 어머니를 다시 만난 건 지난 1992년. 송씨는 “당시에 북한 사람을 만나도 된다는 방송을 듣고 북한주민 접촉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당시 태국에 공장을 두고 수입업체를 운영했던 송씨는 태국 공사관을 통해 접촉신청을 했다. 송씨는 “접촉신청을 하고 1년 후에 어머니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이후 다시 통일원에 가서 방북 허가를 신청하고 결국 북한에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송씨는 어머니를 만난지 4년여가 흐른 1997년, 생각지도 못했던 더 큰 고초를 겪게됐다. 방북 당시 가져갔던 책들 가운데 민감정보가 있다며 간첩으로 몰린 것이다. 송씨는 “방북 이후 5년이 공소시효인데 시효 만료 2개월 전에 체포를 했다”며 “20일간 취조를 당하고 구타고문도 당했다”고 밝혔다.
송씨는 이 같은 고초를 겪고도 이후에도 계속 이산상봉 상봉행사를 신청해왔다. 송씨는 “2차례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했지만 모두 선택이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 북쪽 형제들의 신청으로 보게 됐으니 ‘하느님의 축복’”이라며 기뻐했다. 그는 “세상이 바뀌어 북한 형제들을 만나러 가는데 그때와 같은 일이 벌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나도 늙었고, 그들도 70세 가까이 되는데 같이 함께 살아봤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소망을 나타냈다.
한편 남측 이산가족 방문단은 이날 오후 금강산에 도착해 단체상봉을 시작했다. 남북 이산가족은 26일까지 2박 3일간 모두 6차례, 12시간의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