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서 어머니 만났다고 간첩으로 몰아…20여년만 北가족 재상봉"

1992년 접촉신고 통해 北 어머니 만나
방북 4년 뒤 '간첩'으로 몰려 옥고 치뤄
北동생들 만나려 이산가족 상봉 꾸준히 신청
"세상 바뀌어 그때같은 일 없을 것"
  • 등록 2018-08-24 오후 3:35:43

    수정 2018-08-24 오후 3:35:43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에서 한 할머니가 우산을 쓴 채 버스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세상이 바뀌어 북한에서 어머니를 만났을 때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

24일 남측 방문단으로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석한 송유진(75)씨가 북측의 가족을 다시 만나는 건 지난 1992년 이후 20여년만이다.

황해도 남천이 고향인 송씨는 6·25 전쟁 당시 어머니가 큰누나와 자신은 할아버지가 계신 포항으로 피신시키고, 어머니는 여동생과 남동생을 데리고 친정집인 개성으로 가면서 어머니와 동생과 헤어지게 됐다. 송씨는 “당시만도 개성이 남한 땅이었지만, 전쟁이 격화되고 결국 휴전이 되면서 어머니와 나머지 형제들이 못 내려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어머니와 헤어진 송씨가 어머니를 다시 만난 건 지난 1992년. 송씨는 “당시에 북한 사람을 만나도 된다는 방송을 듣고 북한주민 접촉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당시 태국에 공장을 두고 수입업체를 운영했던 송씨는 태국 공사관을 통해 접촉신청을 했다. 송씨는 “접촉신청을 하고 1년 후에 어머니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이후 다시 통일원에 가서 방북 허가를 신청하고 결국 북한에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송씨는 결국 1992년 9월쯤 북한을 방문해 어머니를 뵙게 됐고, 헤어졌던 여동생과 남동생 모두 북한에서 자리를 잡고 잘 산다는 소식도 들었다. 송씨는 “어머니를 뵙고 1년뒤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큰아들을 보고 싶은 소원을 이루고 나니 살아야 할 의욕을 잃으신 건지, 나도 소원이던 어머니를 만나고 나니 삶의 의욕이 줄더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송씨는 어머니를 만난지 4년여가 흐른 1997년, 생각지도 못했던 더 큰 고초를 겪게됐다. 방북 당시 가져갔던 책들 가운데 민감정보가 있다며 간첩으로 몰린 것이다. 송씨는 “방북 이후 5년이 공소시효인데 시효 만료 2개월 전에 체포를 했다”며 “20일간 취조를 당하고 구타고문도 당했다”고 밝혔다.

송씨는 “안기부에서 방북시 가져갔던 ‘내고향 공산품’ 관련 책자 뒤 지도에 국군병원 위치가 나왔다며 증거로 냈더라”며 “고무찬양, 잠입탈출 죄로 1998년 초에 2년 반 선고를 받고, 같은 해 8·15 특사로 나왔다”고 밝혔다. 송씨는 “당시 대법원까지 갔는데 검사가 와서 국법준수 서약서를 쓰면 8·15 때 사면을 해주겠다고 했다”며 “그래서 결국 선고를 받고 사면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씨는 이 같은 고초를 겪고도 이후에도 계속 이산상봉 상봉행사를 신청해왔다. 송씨는 “2차례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했지만 모두 선택이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 북쪽 형제들의 신청으로 보게 됐으니 ‘하느님의 축복’”이라며 기뻐했다. 그는 “세상이 바뀌어 북한 형제들을 만나러 가는데 그때와 같은 일이 벌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나도 늙었고, 그들도 70세 가까이 되는데 같이 함께 살아봤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소망을 나타냈다.

한편 남측 이산가족 방문단은 이날 오후 금강산에 도착해 단체상봉을 시작했다. 남북 이산가족은 26일까지 2박 3일간 모두 6차례, 12시간의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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