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비난이 들끓자 뒤늦게 여야가 대화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민생 챙기기’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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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5일 개원한 제22대 국회는 개원 두 달 동안 ‘도돌이표 강대강 대치’를 반복했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여야 간 이견이 큰 쟁점 법안을 밀어 붙이고 정부·여당이 대통령의 재의요구(거부)로 대응하면서 무한 대치가 이어졌다.
실제 수적 우위를 앞세운 야당은 상임위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쟁점 법안 처리를 강행했다. 이들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여당은 곧장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섰다.
또 여당의 필리버스터는 야당이 표결로 강제 종결시켰다. 이후 야당이 법안을 의결하면 다시 여당은 대통령의 재의 요구를 요청했다. 결국 이들 법안은 재의결과정을 거쳐 폐기됐다. 야당이 이번에 입법을 강행한 방송 4법,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노란봉투법 등도 같은 운명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표 협의서, “간호법·전세사기법 상임위 합의 도출 노력”
문제는 여야 대치 속에 이견이 크지 않은 민생 법안의 처리는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단 한 건도 22대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민생 외면 비판이 일자 여야 모두 뒤늦게 ‘민생 입법’에 시동을 걸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간호법 제정안,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합의 도출에 노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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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특별법도 여야 모두 피해자 구제에는 뜻을 같이 하고 있지만 그 방식에선 차이를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경매로 낙찰받아 피해자에게 공공임대로 장기 제공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전세사기 피해자의 임차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하는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입장 차가 적지 않지만 절충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여야의 공통된 인식이다.
여야는 당장 시급한 법안에 대해서도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특히 계속되는 폭염에 따른 취약계층 전기료 감면과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사고에 따른 대책 마련에서도 여야가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취약계층 전기료 감면 법안을) 신속히 여야 합의해 민생법안으로 협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전기차) 기술 발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국민들의 우려를 경감할 수 있는 방안을 챙기겠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도 화답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6일 “전기요금이 무서워서 에어컨, 선풍기를 켤 엄두도 내지 못하는 에너지 빈곤층과 야외 노동자에 대한 특단의 안전대책이 아주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서도 “화재 예방 및 피해 최소화를 위한 안전 기준과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소방시설 설치와 주차장 안전기준에 관한 규정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 의장은 여당을 향해 “민생입법 물꼬를 트기 위한 정책위 의장 간 논의테이블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여당이 진 의장의 제안을 수용한다면 민생 입법 협의에 속도가 더 붙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