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다크패턴의 정의와 규제 방안에 대한 토론회’에서 전자상거래기업 단체인 한국온라인쇼핑협회의 하명진 정책지원실장은 “다크패턴의 개념이 명확지 않은 상황에서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있으니 관련 가이드라인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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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실장은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현행법에서 다크패턴과 관련한 별도 법이 없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다크패턴(눈속임 상술)과 넛지(유도 상술)의 구분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적 마케팅이 불가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크패턴 일부 행위 규제 못한다? …업계 “현행법서 모두 가능”
그는 “업계에선 13개 행위 모두 현행법으로도 규제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전자상거래법이 도입된 이후 공정위가 다크패턴으로 언급한 유형들은 많이 사라졌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를 위해 다크패턴 법안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 실장은 “업계도 소비자 보호를 위해 지속적으로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잘못된 부분을 지속적으로 자정하고 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정부의 역할은 관련 규제 정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자율적으로 정화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계 및 법조계 인사들은 ‘다크패턴’ 정의의 모호성을 문제 삼았다. 박정은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다크패턴 개념에 대해선 여러 주장이 제기됐으나 국내는 물론 국제 사회에서도 아직 일반화된 개념이 정립된 바 없다”며 “넛지 마케팅이라는 정상적 마케팅 행위까지 다크패턴에 포함시켜 업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기업이 제한적인 모바일 화면을 통해 소비자에게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선택을 유도’하는 것은 비즈니스의 본질적 행위”라며 “마케팅적 선택 유도를 다크패턴이라는 금지행위에 모두 포함시키는 것은 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다크패턴 규제’의 모티브로 삼는 유럽연합(EU)의 관련 법안이 오히려 우리나라의 현행법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역외 플랫폼 기업들 규제를 위한 EU 관련 법안과 달리 우리나라의 규제안의 타깃은 주로 국내 기업이라는 점도 문제 삼았다.
그는 “다크패턴 규제라는 목적 하나만 갖고 새 법을 만들자고 하기 전에, 현행법의 한계를 명확하게 분석한 후에 한계가 있다면 어떻게 중복규제가 되지 않을지에 대해 진단을 한 후에 규제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소비자 기만행위에 대해선 행정부와 사법부에서 상당한 판단이 누적돼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현규 김앤장 변호사도 “미국, 일본, EU와 달리 한국은 이미 전자상거래법, 약관규제법, 표시광고법 등으로 세부적 금지규정이 있다”며 “시행된 지도 25년이 됐고, ‘소비자 기만’ 등과 관련해 수만 건의 공정위 의결과 법원의 판단 사례가 축적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다크패턴 규제는 결국 실익이 크지 않고 모호하다. 이로 인해 기업들만 부담을 갖게 된다”며 “모호한 규제가 있게 되면 기업들은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실익 없는 모호한 다크패턴 논의로 소비자 선택권과 정보제공 범위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