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이 XX, 똑바로 안 뛰어!!” “지금 장난하냐? 왜 시킨대로 안 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스포츠 특별조사단은 지난 25일부터 26일까지 전북 지역에서 진행된 전국소년체육대회 현장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은 욕설과 고함·폭언 등 아동 학대 수준의 행위를 발견했다고 29일 밝혔다.
현장조사 기간 중 직접적인 구타나 폭행 상황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경기에 뒤처지거나 패배했다는 이유로 코치나 감독이 초·중학생 선수에게 고함과 욕설·폭언·인격 모욕 등 행위가 목격됐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이러한 행위가 일반 관중과 학부모, 다른 선수 등이 지켜보는 중에도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일상화된 행위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봤다.
학생 선수들의 숙박 시설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선수들은 대부분 ‘모텔’ 형태의 숙소에 머물렀는데, 현장조사 중 방문한 3곳의 모텔 가운데는 남자코치가 여성선수를 인솔하면서 여성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경우도 확인됐다. 사전 훈련까지 포함하면 최대 일주일까지 모텔에 투숙하게 되는데, 별도의 여성 보호자가 없는 경우 성폭력 사건의 예방이나 대처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인권위의 판단이다.
이 밖에 조사단이 방문한 15개 체육관 중 5개 시설만이 탈의시설을 갖추고 있는 등 해당 시설이 열악한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최근 아동인권에 대한 국제적 기준이 점차 강화되는 상황 속에서 막대한 국가예산이 지원되는 전국소년체육대회가 아동인권의 사각지대가 되지 않고 아동청소년을 위한 스포츠 축제라는 교육적 의미를 살릴 수 있도록 종목별 전국대회 등 인권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예정”이라며 “이를 토대로 아동 참여 대규모 스포츠 행사를 위한 ‘인권 보호 가이드라인’ 등 필요한 인권지침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