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버틸 자신이 없다"…갓갓 자백 이끌어 낸 경찰의 디지털 증거

'갓갓' 문형욱, 경찰 조사 전 디지털 증거 인멸 후 범행 부인
디지털 흔적·사용하던 휴대폰 내밀자 결국 자백
  • 등록 2020-05-15 오후 12:00:00

    수정 2020-05-15 오후 12:00:00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텔레그램 내에서 아동 성(性)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이른바 ‘n번방’의 창시자로 알려진 문형욱(25·대화명 갓갓)이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인멸했다고 생각한 증거를 경찰이 내밀자 결국 자신의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 확인됐다.

‘n번방’ 개설자 ‘갓갓’ 문형욱(25) (사진=경북지방경찰청 제공)
경찰청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15일 “(문형욱)본인은 증거를 인멸한다고 굉장히 노력했지만, 그가 인멸한 증거 외에도 많은 방법을 통해 디지털증거를 찾았다”며 “해당 증거들을 문형욱에게 내놓자 ‘더 이상 버틸 자신이 없다’는 표현과 함께 자백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북지방경찰청은 지난 14일 텔레그램 n번방을 개설해 지난 2018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아동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문형욱을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검거해 12일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동안 수사를 통해 공범 4명을 검거(3명 구속)하고, 관련 성착취물 유포 및 소지자 160명도 검거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문형욱은 수사 초기 성착취물을 다운받은 적은 있지만 자신은 갓갓이 아니며 성착취물을 제작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이 문형욱의 범죄 정황이 담긴 흔적들을 제시했고, 그는 끝내 범죄사실을 부인하지 못했다.

경찰이 제시한 증거 중에는 문씨가 지난 2017년 폐기한 휴대전화로, 이를 통해 성착취물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이를 통해 공범과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당 증거를 문씨의 주거지에서 찾아냈다.

한편 문형욱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이른바 ‘일탈계’에서 자신의 신체노출 사진을 게시한 아동·청소년에게 ‘신고가 됐는데 도와주겠다“며 접근하거나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를 탈취해 피해자들을 협박했다. 처음에는 신체노출 사진을 요구하다가 점차 수위를 높여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텔레그램 등에 유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씨는 SNS를 이용해 공범을 모집한 뒤 피해자를 성폭행하도록 지시하는 등 방법으로 성착취물을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갓갓은 지난해 2월부터 1~8의 번호가 매겨진 일명 n번방 외에도 ‘쓰레기방’ 등 12개의 대화방을 개설해 범행을 저질렀다.

또한 애초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갓갓의 범행 기간은 2018년 9월부터 2020년 1월까지이지만 2015년 7월경부터 유사한 범행을 시작했다는 진술을 토대로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2017년께 보육기관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한 사실이 확인돼 이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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