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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조의연)는 법무부 검찰국 간부에게 돈봉투를 건네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지검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는 1~2년 주기로 인사이동을 하고 법무부 근무 검사들은 일선 검찰청 검사로 겸직하고 있다. 금품과 식사를 제공받은 법무부 검사 2명도 이 전 지검장을 직무상 상급자로 명확히 인식했다”며 “이들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조직체의 일원으로서 직무상 상하관계”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1인당 9만5000원의 식사 대접에 대해 “청탁금지법 예외 규정인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위로와 격려의 목적으로 제공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돈봉투’에 대해서도 “금품수수액은 100만원을 초과할 때만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이 전 지검장은 판결 선고 후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법원의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질문에 대해선 일절 답을 하지 않았다. 대검 감찰본부는 “판결문 검토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시 문 대통령은 ‘돈봉투 만찬’ 논란이 불거지자 직접 감찰을 지시했다. 이로 인해 검찰 2인자로서 국정농단 수사를 이끌었던 이 전 지검장은 좌천성 인사를 당한 후 감찰 대상이 됐다.
법무부·대검 합동감찰반은 지난 6월 이 전 지검장이 김영란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수사를 의뢰하고 면직 처분을 권고했다. 결국 이 전 지검장은 징계위원회에서 면직 처분을 당한 후 기소됐다. 이번 판결은 현재 진행 중인 면직처분 취소소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지검장은 국정농단 수사 종료 사흘 후인 지난 4월 21일 저녁 서울 서초동의 한 복요리 식당에서 만찬을 주재하며 법무부 검찰국 소속 검찰 간부 2명에게 격려금 명목으로 100만원이 들어있는 돈봉투를 각각 건네고 1인당 9만5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했다.
자리에 참석했던 안태근 전 검찰국장도 국정원 수사 소속 검찰 간부 7명에게 수사비 명목으로 100만원 혹은 70만원이 든 봉투를 지급하기도 했다. 식사비는 이 전 지검장의 업무카드, 돈봉투는 특수활동비에서 지급됐다.
한겨레신문의 보도로 5월 중순 돈봉투 만찬 사실이 공개되자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이 전 지검장은 결국 감찰을 받은 후 면직처분에 이어 김영란법 위반으로 기소까지 당했다. 검찰은 지난 결심공판에서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이 전 지검장 변호인단은 법정에서 “해당 만찬은 정례적인 공식 행사로서 김영란법 예외 규정에 해당한다. 법무부 검찰국 간부 역시 후배 검사들로서 상급기관 종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무죄를 주장했다.
이 전 지검장도 지난달 14일 최후진술을 통해 “검찰을 지휘하다 피고인이 돼 검찰과 법리를 다투고 있는 모습이 참담하다”며 “국정농단 사건을 일단락하고, 업무 연장선상에서 회식과 격려를 베풀어줬다. 기관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고 역대 지검장들 역시 아마도 늘 해왔던 일”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