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2월 말 마지노선 50% 점유율 무너져..왜?

신세기 합병조건 거론이후 10년 넘게 50%점유율 유지
장기 미사용 사입자 45만 여명 가입해지..장동현 사장 결단
통신 업계에 혁신 서비스 경쟁 물꼬틀까
  • 등록 2015-03-25 오전 11:24:20

    수정 2015-03-25 오후 2:45:07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SK텔레콤(017670)의 이동전화 시장점유율이 2015년 2월 말 50% 아래인 49.60%로 떨어졌다.

SK텔레콤 망을 빌려 서비스하는 알뜰폰을 합쳐 50% 점유율이 무너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뜰폰을 제외했을 때 점유율이 50%이하(46.2%)로 떨어진 것은 몇 개월 전의 일이지만, 미래창조과학부가 산정하는 유무선 가입자 수 통계가 통신3사의 점유율을 계산할 때 해당사 망을 쓰는 알뜰폰까지 포함하는 도·소매 방식임을 감안하면 2015년 2월은 대한민국 통신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해로 기억될 것이다.

25일 미래부가 발표한 ‘2015년 2월 무선통계“에 따르면 자사 망을 빌려 쓰는 알뜰폰 포함 통신3사의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SK텔레콤은 2월 말 현재 2835만6564명, KT는 1743만2306명, LG유플러스는 1138만1348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SK텔레콤은 전월에 비해 36만5019명이 줄었고, KT는 4만 639명이 늘었으며, LG유플러스는 6만1220명 늘었다.

이에 따라 통신3사의 시장점유율도 49.60%(SK텔레콤) 30.49%(KT), 19.90%(LG유플러스)가 됐다.

△2015년 2월 말 무선가입자 통계(출처: 미래창조과학부)
◇신세기 합병조건 거론이후 10년 넘게 50% 이상 유지


사실 SK텔레콤에 점유율 50% 사수는 심리적인 마지노선 같은 것이었다.

1999년 말 SK텔레콤(한국이동통신)이 신세기통신을 인수·합병한 뒤 공정경쟁 이슈가 불거지자(합병시 시장 점유율이 42.7%에서 56.9%로 상승) 공정거래위원회는 합병 조건으로 2001년 6월까지 시장점유율을 50% 미만으로 떨어뜨릴 것을 요구했고, SK텔레콤은 50%선을 맞추기 위해 자사 대리점에서 SK텔레콤 가입을 중단하고 LG텔레콤(당시) 가입신청을 받기도 했다.

이후 공정위 조건은 풀렸지만, 김신배 사장이나 정만원 사장 등에까지 역대 대표이사(CEO)들은 모두 50% 이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불필요한 시장 지배력 논란에서 벗어나 신성장 동력 발굴에 전념키 위해 52.3% 시장 점유율 자율 준수기간을 2007년말까지 2년 더 연장하겠다 (2005년 7월 김신배사장)”

“이동전화시장 50.5%는 지켜려 노력하겠지만 더 이상 시장 점유율 높이기 경쟁은 하지 않겠다(2009년 4월 정만원사장)”

“점유율 절반을 차지하는 가입자 중심의 리텐션 영업을 강화하겠다. 50% 시장점유율은 반드시 지키겠다(2014년 1월 하성민 사장 재임 당시 박인식 사업총괄)”

△이찬진 터치커넥트 대표이사가 작년에 적은 페이스북. 그의 의견에 대해 서비스나 속도의 우월성을 답한 사람도 있었고, 사업초기 주파수(800MHz)나 번호 독점(011) 같은 영향력을 언급한 사람도 있었다. 국내 통신 역사에서 SK텔레콤의 50% 유지는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다.
장기 미사용 가입자 정리…장동현 사장 결단, 서비스 혁신 경쟁 물꼬틀까

그런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이 5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왜 일까.

장동현 SK텔레콤 신임 사장
SK텔레콤에 따르면 기기 간 통신(M2M) 등 45만 명에 달하던 장기적으로 사용하지 않던 회선에 대해 계약을 해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강도 자체 특별점검을 통해, 장기 미사용 선불 이동전화 등에 대한 대대적인 직권해지 조치를 내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일 발표된 ‘15년 2월말 기준 SK텔레콤의 누계 가입자 수는 전월 대비 36만5019명 감소한 2835만6564명(알뜰폰 가입자 포함)을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상품·서비스 중심 경쟁 패러다임 전환 노력과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의 본격적인 시행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 시장이 여전히 소모적 M/S 경쟁에 매몰돼 1위 사업자로서 반성하고 책임감을 갖는다”며, “이번 조치는 기존의 무의미한 경쟁에서 탈피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또 “휴대폰 보급률이 110%에 근접하고 있으며, M2M, 2nd Device 등 IoT 시장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M/S 기준은 이러한 환경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사실 2872만1588명(작년말 기준)에 달하는 SK텔레콤 가입자 중 상당 수가 허수 가입자이라는데 놀랄 수도 있지만, 통신방송 업계의 허수 가입자는 상당하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경쟁회사인 KT나 LG유플러스는 물론이고 특히 아날로그 케이블TV에 가입한 채 IPTV에도 가입하는 가구가 상당해 전국 가구 수(2165가구)를 600만 명 가까이 넘는 케이블TV 가입자 수(2744만 명) 중 상당수는 허수라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단칼에 허수 가입자를 털어내기는 쉽지 않다. 경영을 책임지는 대표이사(CEO) 입장에서 외부에 보여지는 규모의 경쟁을 포기하기는 더 어렵다.

SK텔레콤 한 임원은 “사실 그간 SK텔레콤에서 시장점유율 50%에 연연하지 말자고 하는 것은 금기시돼 왔다”면서 “서비스 경쟁, 새로운 경쟁으로 가기 위해 신임 장동현 사장이 결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동현 사장은 “이동통신산업이 미래 국가 경제의 발전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상품과 서비스 중심의 경쟁 패러다임 구축이 절실하다”고 강조하며, “1위 사업자로서의 책무를 무겁게 받아들여, 소모적 경쟁을 지양하고 본원적 경쟁력에 기반한 고객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앞장설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질적 성장을 달성하고 견고한 가입자 기반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장 사장의 의중이 미래 혁신을 위한 고독한 결단이든, 이동전화 시장지배력의 미디어 시장 전이 논란 같은 모바일 결합상품을 둘러싼 규제 강화 움직임 때문이든 이번 조치가 획기적인 것은 사실이다.

SK텔레콤을 시작으로 국내 통신·방송 업계가 허수 가입자에 기댄 무차별적인 점유율 경쟁보다는 서비스 혁신 경쟁으로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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