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엔의 벽’ 부딪힌 日라멘집, 가격 인상 못하고 결국

1~7월 파산 건수, 지난해 연간 육박
인건비·전기요금 인상에 육수 원료 10% 이상 올라
"라면 한 그릇 1000엔 이상이면 안 사먹는 음식"
원가 상승해도 '천엔벽' 막혀 가격 인상도 어려워
  • 등록 2024-08-02 오후 3:40:09

    수정 2024-08-02 오후 3:42:58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올 들어 일본에서 파산을 신청한 라멘 가게가 지난해 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라멘은 일본의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인건비와 전기료 등 매장운영비 상승에 더해 돼지고기와 국수 등 원자재 값이 큰 폭으로 뛴 영향이다.

(사진=양지윤 기자)
2일 일본 시장조사업체 테이코쿠 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올해 1~7월 기준 라멘가게 운영자가 1000만엔(약 9190만원) 이상 부채를 지고 파산한 건수가 49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연간 파산 건수가 53건인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늘었다. 올해 남은 5개월 동안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간 기준 첫 100건대를 돌파할 가능성이 커졌다.

라멘가게 파산이 급증한 배경에는 인건비, 전기료 등 매장 운영비 상승에 더해 3년 새 10% 오른 라면 원가 부담이 있다.

테이코쿠 데이터뱅크가 라멘에 사용되는 원재료의 총 원가를 추정한 결과 올해 6월 기준 라멘 원가(돼지뼈 기준, 도쿄도 지역) 지수는 113.5로 2022년 평균에 비해 10% 이상 상승했다. 가장 상승폭이 컸던 작년 10월(124.4)에 비해서는 상승폭이 작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차슈(구운 돼지고기)와 돼지갈비에서 빠질 수 없는 돼지고기와 등지방은 도축 기준으로 전년보다 가격이 20% 가까이 상승했다.

국수, 김, 죽순 등 재료도 작황 부진과 엔저로 가격이 급등했다. 라면 육수를 직접 우려내는 가게는 24시간 가열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공요금 인상으로 재료비 부담이 더 커졌다.

테이코쿠 데이터뱅크는 “맛을 유지하기 위해 비용을 낮추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원재료 가격 인상 속도를 견디지 못한 가게나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이후 손님이 줄어들어 폐업이나 경영 파탄을 맞은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도쿄 도심 등의 지역에선 라면 1그릇 값이 1000엔 이상인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전부터 600~800엔대 라멘을 파는 가게에선 “물가 상승의 영향이 심각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고 테이코쿠 데이터뱅크는 전했다.

그러면서 “1000엔의 벽이 문제인 라멘 업계는 다른 업계에 비해 가격 인상이 어려운 특수한 사정도 있어 라멘 문화를 유지하기 위한 ‘적정 가격’을 향한 모색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일본 소비자들은 ‘라멘 한 그릇당 1000엔(약 9000원) 이상 내고는 사 먹지 않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해 현지에선 이같은 불문율을 ‘1000엔의 벽’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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