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글라이더에서 본 풍경은 `섬`이었다

박병춘 `섬` 전
파주 헤이리 갤러리 이레서 12월1일까지
  • 등록 2011-11-24 오후 4:32:32

    수정 2011-11-24 오후 4:32:32

▲ 박병춘 `욕지도를 날다`(2011)(사진=갤러리 이레)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한국화가 박병춘이 남도자락을 따라 길을 나선 건 5∼6년 전이다. 통영과 신안, 진도와 제주에까지 다다랐다. 그러다 보폭이 서해와 동해로 넓혀졌다. 강원도 계곡을 지나더니 독도 끝자락에까지 미쳤다. 모두 다르다. 그런데 공통점이 하나 있다. `섬`이다. 우연찮게 들어선 히말라야 길에서도 그는 섬을 봤다. 길가에 펼쳐진 돌들이 마치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섬처럼 가슴에 꽂히더라는 거다.

신안의 비금도, 팔금도, 임자도, 흑산도와 완도, 보길도, 거제도, 통영의 욕지도, 매물도, 사량도…. 수많은 섬을 돌며 완성한 사생을 바탕으로 큰 그림을 그려내는 박병춘 작가가 개인전을 열었다. 타이틀도 그냥 `섬`이다. 일체 군더더기가 없다.

작품들은 다른 각도와 높이에서 잡아낸 전형적인 섬 풍경이 주를 이룬다. 풍경을 완성하는 건 하늘을 떠다니며 혹은 산 위에서 내려다본 듯한 부감법이다. 섬 전체를 조망하듯 드넓게 그려낸 17점을 걸었다. 가로 2미터에 달하는 대작도 여러 점이다.

작가는 한지에 먹과 아크릴을 사용해 그림을 그린다. 멀고 가까운 거리는 색을 빼내는 담도로 조절한다. 덕분에 점점이 붉고 노랗게 박힌 집들이나 하늘 위 패러글라이더는 임팩트를 주는 또 하나의 섬처럼 보인다. 필법도 독특하다. 동양화에서 산과 암석의 굴곡 주름을 그리는 `준법(皴法)`을 주로 쓴다. 작가 자신이 명명했던 꼬불꼬불한 구김을 더 넣은 이른바 `라면준법`은 그만의 병기가 됐다.

작가는 본격적인 작업에 앞서 현장 스케치를 통해 가닥을 잡는다. 섬들을 찾아 드로잉한 것만 400여점이다. `욕지도를 날다` `다도해를 날다` `사량도를 날다` `통영의 바다를 날다` 등에서 보이는 작가만의 독특한 조형방식도 거기서 시작됐다. 가까운 실경을 사생하고 먼 추상을 덧붙이는 식이다. 이 바다진경에는 작가 시선을 대신하는 `아이콘` 패러글라이더도 한몫 한다.

“예술가는 바다에 떠 있는 섬과 같이 세상에 떠 있는 섬이다.” 홀로 지탱해 가는 모든 것이 그에겐 섬이다. 섬은 그렇게 세상의 부질없는 것들에 집착하지 않는 법을 가르쳐준다고 했다. 파주 헤이리 갤러리 이레에서 다음달 1일까지 볼 수 있다. 031-941-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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