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이 뚜렷한 재정 확충 방안을 제안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민주가 먼저 포문을 연 셈이다. 야권의 공조를 얻는다면 여당을 훌쩍 뛰어넘는 의석수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예산부수법안의 지정 권한이 있는 국회의장 역시 야권 출신이기 때문에 논쟁에서 그쳤던 이전의 야권 정책과 결이 다르다. 다만 새누리당이 더민주의 세법 개정안에 기본적으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향후 증세 국면에서 여야가 어떻게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더민주의 이번 세법 개정안은 조세부담율을 상향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고소득층의 소득세율을 높이고 영업이익이 높은 법인으로부터 실질 세율 인상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영입이익이 높은 법인의 법인세가 강화된다. 과표 500억원 초과 법인의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원상회복하고 과표 5000억원 초과 구간 최저한세율도 17%에서 19%로 2%p 인상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대기업 대주주의 주식 양도차익 세율도 25%로 5%p 인상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고소득자 과세율도 높아진다. 과표 5억원 초과 구간에 대한 소득세율 구간을 41%로 신설했다. 현재 종합소득세 과세표준은 1억5000만원 초과 소득이 최고 소득으로 과세율은 38%다. 이를 개선 5억원 초과 구간도 신설하자는 것이다. 과표 1억5000억원 이상 소득자는 과표기준 새액공제·감면 한도제(7%)를 도입한다.
최근 논란이 됐던 우병우 청와대 정무수석을 겨냥한 이른 바 ‘우병우 방지법’도 세법 개정안에 포함됐다. 주주가 가족 및 특수관계인으로만 이뤄진 법인이 자산 소득의 절감 목적으로 운영될 경우 법인세를 15%p 추가 과세하는 것이다.
정부가 유예하기로 한 주택임대소득 과세제도에 대해서는 원칙 시행을 주장했다. 주택임대소득 과세제도는 2주택 2000만원 이상의 임대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었으나 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는 이를 유예하기로 했다. 더민주는 지하경제의 상당분이 주택임대소득에 있다면서 원칙 시행을 주장하고 나섰다.
더민주는 이 같은 세법 개정안에 대해 ‘원칙있는 공평·공정한 세제’라고 밝혔지만 결국 ‘부자 증세’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세법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민감한 세법 개정을 빼둔 것과 달리 더민주는 증세 부분에 초점을 맞춰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더민주는 반면 중산 서민에 대해서는 교육비 세액공제나 환급 제도를 확대하고 근로장려금 제도를 개선하는 등 혜택을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