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적금에 46조 몰려, 역대 최대 규모…10월 시중 유동성 증가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한국은행을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회긴축 정책이 이어지고, 경기 둔화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이어지면서 금리가 높고 안전한 정기예·적금에 지난 10월 한 달 간 약 46조원이 몰렸다. 한은의 통계 편제 이래 가장 많은 규모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수시입출식 예금과 머니마켓펀드(MMF)의 자금은 감소 흐름을 이어갔다. 10월 시중 유동성의 전월 대비 증가율은 0.4%를 기록, 오름세로 전환했다.

사진=연합뉴스

한은이 13일 발표한 통화 및 유동성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시중통화량 평균잔액은 광의통화(M2·평잔) 기준 3757조9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3조8000억원(0.4%) 증가했다. M2의 전월 대비 증가율은 지난 8월 0.7%에서 9월 0%로 줄어들었으나 10월 들어서 다시 소폭 상승 흐름으로 전환했다. M2의 전년동기대비 기준(원계열) 증가율은 5.9%로 9월(6.6%) 보다 증가율이 둔화됐다.

M2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등 협의통화(M1)에 MMF, 2년미만 정기예·적금, 수익증권 등 금융상품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통화 지표다.

10월 유동성이 다시 소폭 증가 흐름으로 전환한 것은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정기예·적금에 돈이 몰리는 ‘역(逆) 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한 영향이다. 10월 M2 증가 흐름을 이끈 정기 예·적금은 10월 한 달 간 총 45조9000억원이 늘었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 편제를 시작한 지난 2001년 12월 이후 최대폭이다.

반면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에서는 16조1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이는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요구불예금과 MMF에서도 각각 8조7000억원, 13조1000억원이 줄었다.

경제주체별로 보면 기업과 가계 및 비영리단체는 벌어들인 돈을 정기예·적금을 중심으로 늘리며 유동성이 각각 9조2000억원, 7조5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기타금융기관의 유동성은 금전신탁, MMF 등을 중심으로 13조8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단기자금 지표인 M1(협의통화)는 결제성 예금이 줄어든 영향에 전월 대비 24조8000억원(1.9%) 줄어든 1294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7월(-1.0%) 이후 넉 달 연속 하락한 것으로 감소폭도 꾸준히 증가했다. 전년동월대비(원계열) 기준으로는 3.5% 감소했다. 금리 상승으로 인해 단기성 자금이 은행 등의 정기예·적금으로 이동하면서 M1은 전년 대비기준 두달 연속 감소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