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을 정부가 지정하는 국민연금의 특성상 정부나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관치가 우려되고, 수많은 개별기업의 세부적인 경영현안을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의결권 행사에 나설 경우 경영 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재계는 26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이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에 대한 발언 수위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 KT-포스코, 지배구조 우수기업인데..
전경련 관계자는 "KT와 포스코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으로 여러차례 상을 받은 바 있는데, (곽 위원장은) 오히려 방만 경영이라면서 주주가치를 침해했다고 말했다"면서 "삼성전자도 스마트폰 시대를 예견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국민연금이 이사추천권 등을 행사하면 개별 기업의 세부적인 경영 활동까지 잘 되도록 할 수 있는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곽 위원장의 발언은) 현재 기업 경영진들의 경영판단은 믿지 못하고, 국민연금을 통해 지배구조 견제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들린다"고 덧붙였다.
곽승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대기업 관계자들은 답답해 하면서도, 공식적인 반응은 자제하고 있다. 최경환 장관,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에 이어 곽승준 위원장까지 나서 대기업 옥죄기에 나서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연금 가입자들의 수익성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는 있지만, 그 내용을 국민연금이 아닌 곽승준 위원장 입으로 말하는 건 관치경영의 우려를 낳는다"고 밝혔다.
KT와 포스코, 삼성 등 거명된 기업들은 곽 위원장 발언에 따른 주가 하락 등을 염려하면서도, 발언 수위에는 조심스런 반응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앞으로 더 잘해 나가자는 뜻 아니겠느냐"면서 "발표 내용을 자세히 검토해 보겠다" 고 말했다. 삼성 역시 공식 반응은 내놓지 않고 있다.
◇ 외부 의결권 전문기관 지정 vs 자산운용부문 독립법인화 재계는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개혁과 함께 의결권 행사를 위해서는 '의결권 행사 전문기관'을 지정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목적은 연기금의 배당수익률 향상인데, 전문성도 없이 개별 기업의 경영활동에 과도하게 개입하려 한다"면서 "외국의 경우 해외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를 대행하고 있는 'Class Lewis'나 'Proxy Governance' 같은 외부 전문기관을 이용하면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가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개선 및 외부 의결권 행사 전문기관 활용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미래기획위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강화가 주주가치를 높이는 일이라는 점에 비중을 두고 있다.
아울러 국민연금의 자산운용부문에 대해 독립 법인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곽 위원장은 "관치논쟁 등을 막기 위해 국민연금 자체의 지배구조를 개편, 기금운용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도 필수 과제"라며 "국민연금의 자산운용부문을 독립법인화하고 자산운용의 전문성·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입법안이 제출돼 있기 때문에 국회 논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작년 말 기준 55조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해 139개 국내기업에 5%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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