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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제1회 김복동 평화상’ 수상식장에서 만난 우간다 출신 국제여성인권운동가 아칸 실비아 오발(39)은 김복동·길원옥 할머니 이야기가 나오자 눈을 반짝거리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오발은 시민단체인 정의기억연대가 주최한 ‘김복동 평화상’의 첫 수상자다. ‘김복동 평화상’은 정의기억연대가 지난해 11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자 여성인권활동가의 삶을 살아온 김복동 할머니의 뜻을 이어받기 위해 만든 상이다.
김 할머니는 1992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임을 처음으로 밝히고 1993년 유엔인권위원회에서 피해 사실을 최초로 증언하는 등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공론화하는데 일조했다.
오발은 “첫 수상자로 선정돼 영광스럽고 감사하다”며 “전쟁 피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인 동시에 우간다에서 전쟁 피해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여성들과 아이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 같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오발은 “코소보와 콩고 전쟁 피해 생존자인 바스피예 블레어, 타티아나 무카니레와 함께 할머니들을 처음 만나는 순간 꼭 나의 어머니 혹은 할머니 같았다”며 “나와 비슷한 아픔을 겪은 할머니들을 꼭 안아주며 사랑한다는 말을 전했다”고 말했다.
특히 오발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연대해 일본에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배상을 꾸준히 요구하는 모습을 본받고 싶다고 밝혔다.
오발은 “우간다에 돌아가서 사람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은 한국의 전쟁 피해자들이 절대 포기하지 않고 연대해 문제 해결을 시도한다는 것”이라며 “한국이 우리의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발은 또 전쟁 재발방지를 위해 세대 간 연대를 통해 끊임없이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발은 “위안부 피해 등 전쟁으로 겪은 상처는 단 한 번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며 “다음 세대와 그 다음 세대까지 경각심이 이어져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우간다에서 문맹 퇴치와 인권의식 향상 등을 위해 노력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오발은 1995년 우간다 북부와 남수단에서 활동하는 기독교 근본주의 군사집단 ‘신의 저항군’이 일으킨 내전에서 일가족을 한꺼번에 잃었다. 아버지는 전쟁 중에 살해됐고 어머니는 반군에 납치돼 생사를 알 수 없다. 오발의 언니도 내전 때 학살당했다. 오발 역시 그들에게 고문을 당했던 아픔이 있다.
그러한 비극 속에서도 오발은 좌절하지 않고 2011년 ‘골든 우먼 비전 인 우간다(Golden Women Vision In Uganda·GWVIU)’라는 구호단체를 꾸렸다. 오발은 지난 9년 동안 노르웨이 난민협의회(NRC), 세계식량계획(WFP) 등과 협력해 전쟁 피해자들에게 식량을 배급하고 다친 여성과 아이들을 치료·보호하는 일에 앞장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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