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 쫓긴 배민, 결국 중개수수료 인상…배달비 인하로 부담완화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우아한형제들이 자사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의 요금제를 전격 개편한다. 배달앱 시장 점유율을 키우고 있는 쿠팡에 대응해 자체 배달 서비스 ‘배민1플러스’(배민1)의 수수료를 기존 6.8%에서 9.8%로 3%포인트 인상하는 게 골자다.

다만 자영업자 부담 경감을 위해 업주 부담 배달료를 지역별로 100~900원 낮추고 정액 요금제 ‘울트라콜’ 비용도 일부 환급한다. 또 ‘배민1’만 우대한다는 논란 해소를 위해 앱 초기 화면에 ‘음식배달’ 탭을 신설해 모든 가게의 노출 경로를 일원화하기로 했다.

(사진=배달의민족)

중개수수료 3%p↑…“록인 기제 없어 경쟁력 약화 우려”

10일 배민에 따르면 이날 이같은 내용의 요금제 개편 내용을 발표한다. 가장 눈길을 모으는 부분은 수수료 인상이다.

배민은 ‘배민1’이라는 주문 중개부터 배달까지 수행하는 요금제를 확대하고 있는데 기존 수수료율은 6.8%였다. 하지만 이를 경쟁사인 쿠팡이츠 수준(9.8%)로 3%포인트 인상키로 했다. 수수료 인상은 다음 달부터 적용한다.

최근 배달앱 시장에 대한 상생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배민이 이처럼 수수료율 인상이라는 정면돌파를 선택한 건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쿠팡이츠가 ‘와우 멤버십’이라는 유료 구독제를 등에 업고 배달앱 시장에서 배민을 무섭게 뒤쫓고 있다. 쿠팡이츠는 멤버십으로 고객을 잡아놓는 ‘록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지만 배민은 중개 수수료가 쿠팡보다 3%포인트가 낮아 경쟁에 애를 먹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정부·국회 등에서 배달앱에 대한 상생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수수료율을 인상할 수 밖에 없던 배경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민은 쿠팡이츠 와우 멤버십처럼 강력한 고객 록인 기제도 없다”며 “중개이용료도 3%포인트가 낮아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업계 유일의 정액제 상품 운영과 최저 수수료율 등으로 버텼다”면서도 “이대로는 선두 자리를 지키기 어렵다고 보고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배달비 최대 900원 인하…포장수수료도 인하 검토

다만 배민은 최근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좋지 않아 수수료율 인상을 일부 상쇄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내놨다.

우선 배달료를 일부 낮추기로 했다. 2500원~3300원으로 책정되던 업주 부담 배달비를 전국적으로 1900원~2900원 수준으로 인하한다. 이 경우 서울 지역의 업주 부담 배달비는 기존 3200원에서 2900원으로 300원 낮아진다. 배민은 지역별 배달비를 고려해 추가 할인도 고려한다는 계획이다.

또 배민이 유일하게 운영하는 정액 요금제인 울트라콜의 월 요금(8만원)도 환급할 계획이다. 배민배달과 가게배달을 함께 쓰는 업주들의 가게배달 월 주문수가 특정 수준 이하면 울트라콜 광고비를 일부 환급해주는 게 골자다. 울트라콜 요금은 현재 9년째 동결 중이다. 울트라콜이 시장 초기 진입자들이 많이 쓰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광고비 환급은 체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배민은 향후 포장시 적용되는 수수료율(6.8%)도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배민 관계자는 “포장 주문이 늘면 업주의 배달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며 “포장 주문 활성화, 마케팅 지원 등에 더 신경쓸 것”이라고 고 밝혔다.

앱 화면에 음식배달 탭도 신설한다. 기존 배민배달 매장만 우선 노출한다는 자영업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대응이다. 음식배달 탭에 배민배달과 가게배달을 모두 넣어 차별 논란을 없애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가게배달 탭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고려하면 가게배달 노출도는 이전보다 더 높아질 전망이다.

업계에선 최근 쿠팡이츠로부터 시작된 배달앱 시장의 출혈경쟁이 기존 업체들의 변화를 촉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이츠가 촉발한 무료배달이 출혈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배민은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요금제 개편과 업주 배달비 부담 최소화, 고객 혜택 강화, 구독제 개시 등 배민의 시도가 시장에서 얼마큼 받아들여질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