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과 배우 이선균에 대한 마약 투약 혐의 수사를 벌이던 경찰이 궁지에 몰렸다. 공개적으로 수사를 진행했는데도 결국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고 한 배우의 극단적인 선택까지 이어지면서다. 이 때문에 경찰은 부담을 안고 새해를 시작할 수밖에 없게 됐다.
|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제야의종 타종행사가 예정된 서울 보신각 행사장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경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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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경찰은 권씨와 이씨를 피의자로 전환하며 이들의 마약 투약 혐의 수사를 대대적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약 두 달에 걸친 수사는 ‘권지용, 혐의 없음’ 불송치 결정, ‘이선균, 극단 선택에 따른 공소권 없음’ 사건 종결로 마무리됐다.
권씨의 무혐의 종결 후 경찰의 ‘망신주기 수사’가 연예인의 생명에 치명적인 타격을 줬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었는데 이씨의 비극적인 사건이 더해지면서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여론이 더욱 힘을 받게 된 것이다. 특히,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가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이에 대해 정치권도 여야 가릴 것 없이 비판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범죄혐의가 확인되기도 전에 피의사실이 공표되거나 언론으로 흘러나가면서 추측성 보도가 난무하고, 과도하게 포토라인에 세우는 등 명예와 인격에 큰 상처를 주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모는 일은 이제 끝내야 한다”고 했고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신평 변호사도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차츰 그 드라마 속으로 빠져들어 갔고 수사가 곁가지에 몰두하는 사이 고인의 명예나 인권은 심각하게 훼손돼 갔다”고 비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경찰 수사가 잘못돼 그런 결과(이씨의 극단 선택)가 나왔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다소 여론과 동떨어진 답변을 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강조해야 하는 건 원칙, 그리고 국민의 눈높이다. 전문성을 갖춘 수사, 객관적인 증거에 의한 가치 중립적 수사가 이뤄졌다면 국민들의 여론이 이렇게까지 악화됐을 리가 없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역할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신뢰 없는 권력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경찰이 자신들의 가치를 입증하고 인정받으려면 누가 봐도 공정하고 기본에 충실한 원칙을 공고하게 세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