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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법 개정을 두고 여야가 극한 대치를 벌이고 있지만, 중립적인 학계나 이용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이 미디어 세상에서 현재 가장 급한 이슈인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일은 필요하나, 이런 식이라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든 안 하든 공영 방송, 지상파 방송의 몰락을 자초할 것이란 우려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야당이 방송 장악 논란을 키울테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여당이 KBS 수신료 분리징수 논란을 키울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 이전에 조만간 공식 출범할 국무총리실 산하 미디어혁신위원회에서 ‘다매체 시대 공영방송의 의미와 역할’을 재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했다.
공영방송 정치독립? 공영방송 재정의부터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방송법 개정안에선 KBS, MBC, EBS를 전부 공영방송으로 보고 지배구조를 바꿨다. 이사회를 운영위원회로 확대 개편하면서 위원수를 21명로 늘렸다. 운영위원 추천 권한은 국회 5명, 미디어 학회 6명, 방송기자협회·한국PD협회·방송기술인협회 각 2명씩으로 했다. 과거에는 KBS(이사회 여권 추천 7명,야권 추천 4명) MBC 방문진(이사회 여권 추천 6명, 야권 추천 3명), EBS(이사회 여권 추천 7명, 야권 추천 2명)였는데, 국회 추천 몫을 줄여 공영방송의 정치적인 독립을 이루자는 취지라고 했다.
민주당은 2016년 7월 박홍근 의원이 야 3당 의원 162명과 함께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법안(여권 추천 7명, 야권 추천 6명·특별다수제로 사장 임명)을 발의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7년 8월엔 ‘재검토’로 물러섰고, 오히려 법안에 반대했던 자유한국당은 ‘재검토는 언론장악’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또, MBC 사장은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이 추천하고 가결하니 공영방송 성격이나, 운영은 민영방송 SBS처럼 광고 등 상업재원이 기반이다. EBS 역시 광고가 허용돼 공공이 소유하고 공적 재원(수신료)으로 운영되는 순수 공영방송은 KBS1밖에 없다.
지상파로 얼기설기 묶인 구조… 공영방송의 공공성과 어떻게 다른가?
KBS, MBC, SBS, EBS가 공·민영 구분 없이 지상파 방송으로 얼기설기 묶이다 보니, 미디어 정책의 왜곡도 심하다. 지상파 방송사가 추구하는 공공성이 뭔지, 공영방송의 공공성과 뭐가 다른지 헷갈리면서 ‘지상파=무료 보편 서비스’라는 주장이 수년째 흔들린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국회까지 동원해 ‘유료방송(IPTV·케이블TV·위성방송)을 통하지 않아도 지상파로 UHD 방송을 볼 수 있어야 디지털 빈부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자신하며, 국가 자산인 주파수(700㎒)를 무료로 받아갔다. 하지만, 현재 지상파 UHD 직수신 가구 비율은 1%에 불과하다.
회원 수 5만 9865명이 모인 다음카페 ‘UHDTV User Forum’ 운영자인 이군배 씨는 “방송법 개정보다는 60년이 넘은 지상파 방송을 지상의 안테나로 수신하지 못하는 현실이 더 시급한 과제”라면서 “6년이나 된 지상파 UHD 방송은 유료방송을 통해 재전송도 하지 않아 안테나로만 수신해야 한다. 1% 가구도 보지 않는 시청자 없는 지상파 UHD방송이 됐으나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TV 수신료는 매달 전기료에 포함해 세금처럼 강제 징수하면서, 수신 환경은 엉망인데 정치권은 정권만 잡으면 공영방송이란 이름으로 지상파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구도로 만들려고 한다”면서 “지배구조 개선보다 중요한 게 신뢰성 회복이며, KBS 위상 세우기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