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에 사는 70대 여성 A씨는 2018년 10월 시외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버스 정류장을 들른 김에 화장실을 찾았다. 어두운 밤에 주변 조명시설마저 희미한 탓에 A씨는 화장실을 나오다가 화장실 뒤편 5m가량 떨어진 개천변에서 추락했다. 축대로 형성된 절벽의 높이는 2m였다. A씨는 사지가 마비되는 중상을 입었다.
A씨는 해당 토지 소유자인 B씨를 상대로 나홀로 소송을 벌이던 중 법원의 소송구조 결정을 받아 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공단은 소송 도중 이 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경주시, 국가, 버스공제조합 등에 소송고지를 했다. 경주시는 이 소송에 피고가 아닌 원고에게 소송참가를 했다. A씨는 1심에서 패소했다.
공단이 경주시를 상대로 문서제출명령 등을 진행하자 증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사실조회 회신과 위성지도 등에 따르면 경주시는 정류장 주변 토지소유주들의 민원과 현장을 방문한 한 경주시의원의 요청 등으로 사고가 나기 약 1년 전부터 예산을 들여 개천 복개공사를 진행했다. 경주시는 공사 도중에 예산 부족을 이유로 공사를 중단했다. 이로 인해 A씨의 추락사고가 난 화장실 뒤편에는 복개공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경주시는 축대를 설치한 것은 토지 소유자이지 경주시가 아니며, A씨가 추락한 장소 역시 개인 사유지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했다.
재판부는 A씨의 부주의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보아 배상책임의 범위를 30%로 제한, 경주시가 A씨에게 치료비 등 모두 3억원에 이르는 배상금을 지급토록 판결했다. 경주시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 측 유 변호사는 “공중이 이용하는 공공 영조물은 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함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