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에 '車·항공' 웃고 '정유·석유화학' 운다

소비심리 개선 기대감..미국 車시장 회복
항공 등 운수, 원가절감 쏠쏠..전자도 수혜
정·화·조 직격탄..가격 떨어지고 발주 줄고
  • 등록 2014-12-16 오전 9:10:47

    수정 2014-12-16 오전 10:55:47

[이데일리 성문재 오희나 김형욱 기자] 국제 유가가 5년반만에 배럴당 50달러대 시대를 열었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는 산업 구조상 제조업 비중이 높고 특히 에너지다소비업종이 많기 때문에 이같은 상황은 대부분의 업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원료가격이 낮아진 만큼 대부분 산업에서 생산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효자 종목인 자동차는 유가 하락을 반기고 있다. 국내 시장의 소비심리 회복뿐만 아니라 주요 수출국인 미국시장의 회복 기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 등 기름을 연료로 100% 소비하는 운수업계로서도 원가 절감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졌다. 전자·IT업종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소비심리가 살아나면 수혜를 입을 수 있다.

반면 유가 하락이 제품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정유, 석유화학 업계는 불황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조선·해양플랜트업종도 프로젝트 발주 지연이 우려된다.

車업계 “주유 부담 줄면 소비심리 살아난다”

자동차업계는 유가 하락을 반기는 분위기다. 당장 한국차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 시장이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 승용차 판매량은 130만2000여대로 지난해보다 4.6% 늘었다.

이는 2008년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부터 회복 무드로 접어든데다 유가 하락에 따라 미 전역 평균 휘발유 가격이 2.98달러(ℓ당 840원)으로 4년 만에 2달러대에 진입한 덕분이다.

현대·기아자동차도 쏘나타, K5 등 주력 중형 세단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기아차(000270)는 오는 2016년부터 미국 시장을 겨냥한 연 30만대 생산규모의 멕시코 공장을 가동한다.

국내 시장 역시 주유비 부담이 줄면서 위축된 소비심리가 어느 정도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또 저유가가 장기간 이어진다면 국내 자동차업계에 부담을 주던 정부의 친환경 규제 강화 목소리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고연비 위주의 소형 디젤 모델의 인기가 식고 예전처럼 중·대형차 판매가 늘어나는 등 시장 판도 변화 가능성도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유가 하락이 단기적으로 미국, 국내 시장 등의 소비 심리를 높이는 효과는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친환경차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원유 판매국인 중동과 러시아 시장이 침체에 빠진 것은 자동차 업계에 악재로 꼽힌다. 정몽구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은 15일 하반기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유가 하락에 따른 신흥국 위기 가능성 등 시장이 우호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운수업체 신바람..전자업종 간접 수혜 기대

항공, 해운 등 기름을 연료로 소비하는 운수업체들은 원가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증권가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내려가면 대한항공(003490) 1년 영업이익이 1600억 원 가량 늘어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미 지난 3분기 이후 수송단가보다 유가 하락 속도가 가팔라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내년 국제유가가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평균 75달러 수준을 유지한다면 아시아나항공(020560)의 매출액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36.5%에서 내년 30.3%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최근 2000억 원 규모 교환사채를 발행한 한진해운(117930) 역시 최근 유가 하락의 수혜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해운업체들의 실적 회복이 기대되자 투자자들도 이전보다 관심을 보였다.

전자업종의 경우 타 업종에 비해 유가 흐름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은 편이지만 국제 원유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가 하락이 교통비나 건물유지비 측면에서 절감효과를 줄 수 있는 반면 국제 경기 둔화,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가 하락으로 인한 가처분소득의 개선이 소비 증가로 이어진다면 휴대전화나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의 분야에도 간접적인 수혜가 있을 수 있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재생에너지협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이 분야는 정부 보조금 의존도가 높은데다 현재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연료로서 석유의 비중은 3%에도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다만 열 에너지 분야에서는 난방용 기름이 시장을 확대해 신재생에너지를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

정유, 제품가격 떨어지고..조선, 발주 지연되고

산업계 전반적으로 유가 하락을 반기는 분위기 속에서 가장 울상을 짓고 있는 것은 정유, 석유화학업계다. 유가 하락으로 정제마진과 제품가격 스프레드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원유를 들여오는데만 1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정유업계로서는 원유를 정제하는 순간부터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최대 정유업체 SK이노베이션(096770)의 경우 지난 9월말 대비 배럴당 약 35달러 하락한 유가로 인해 4000억 원 이상의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낮아진 유가가 소매가격에 반영돼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가 깊게 뿌리내린 현 상황에서는 수요 증가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석유화학업계도 울상이다. 원재료 가격 하락에 따른 원료비 절감 효과보다 최종제품 가격 하락으로 인한 매출 감소나 추가 가격 하락을 기대한 구매 지연 등의 영향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 하락시 최종 제품 가격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수요까지 줄어들게 된다”며 “정유업계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 기계, 건설 역시 유가 하락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원유를 생산하는 중동 지역의 건설 발주와 원유 생산 관련 해양 프로젝트 발주가 지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조선업의 경우 장기적으로는 환경규제 강화나 연료비 감소에 따른 해운사 수익성 제고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해양플랜트 역시 메이저 업체들이 25~30년을 내다보고 투자를 추진하는 만큼 일시적인 유가 변화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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