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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제주말로 ‘오름’은 소규모 화산체를 뜻한다. 크고 작은 오름이 무려 369개나 된다. 땅 아래에는 160여개의 용암동굴이 섬 전역에 흩어져 있다. 작은 섬 하나에 이렇게 많은 오름과 동굴이 있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물다. 제주가 ‘화산학의 교과서’라 불리는 이유다. 유네스코는 이런 가치를 인정해 2010년 제주를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했다. 세계지질공원은 지질학적으로 뛰어난 가치를 가진 자연유산지역을 보호하면서 이를 토대로 관광을 활성화해 주민소득을 높이자는 목적으로 만든 유네스코 프로그램. 제주관광공사가 ‘지질’(Geo·지오)을 테마로 한 여행 콘텐츠를 늘려나가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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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관광공사는 지질공원 핵심마을(이하 지질마을)의 신화와 문화를 담은 지오푸드를 개발했다. 지오푸드는 제주 지질명소의 특성과 문화적 환경에서 모티브를 따고 제주지역에서 생산한 식재료를 활용한 로컬푸드. 제주만이 가진 지질 자원과 문화가 담긴 먹거리를 개발해 지질마을의 소득을 올리겠다는 의도다. 외국의 유사한 형태로 독일의 ‘지질와인’, 영국의 ‘지질치즈’, 일본의 ‘지오스위츠’나 ‘지질호빵’이 있다. 지질마을은 제주도가 지정한 12곳의 핵심지질명소(한라산·만장굴·성산일출봉·서귀포층·천지연폭포·중문대포주상절리·산방산·용머리해안·수월봉·우도·비양도·선흘곶자왈)가 자리한 14개 마을이다.
지오푸드는 제주의 지질명소를 본뜬 과자와 빵, 지질마을의 사연을 담은 탕과 국수까지 다양하게 개발했다. ‘용머리해안 카스테라’와 ‘사계리 하모리층 쿠키’가 대표적. 지질명소를 본뜬 지질푸드로 용머리해안의 단면과 사계리의 기형적인 구조를 형상화한 것이 특징이다. 수월봉 해안절벽의 모양을 본떠 만든 ‘수월봉 감자 소보로빵’도 눈길을 끈다. 특징은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를 활용한 것. 빵 속에 박힌 화산탄은 지질마을인 고산리에서 생산한 감자를 이용했고 지층은 백년초 가루를 썼다.
지질마을의 문화가 담긴 음식도 있다. 김녕리는 예로부터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풍요의 신 ‘궤네기또’에게 돗제(신에게 돼지고기를 바치는 제사)를 올렸던 곳. 이러한 지역적 특성이 담긴 음식이 ‘궤네기또 국수’다. 궤네기또 국수는 마을사람들이 궤네기또에게 올렸던 돗제를 형상화해 개발한 음식이다. 구운 돼지고기와 지역에서 나는 고사리 등 채소를 넣어 풍미를 더했다. 제주에서만 먹는 고기국수의 일종이다.
지오푸드는 10곳의 지오푸드 판매점에서 구할 수 있다. 그중 ‘웬드구니’는 산방산 아래 사계마을의 위치한 커피전문점으로 입구 벽면에 ‘제주지오푸드’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한다. 이곳에서는 서귀포층 ‘패류화석 마들렌’과 용머리해안 ‘지층카스테라’, 하모리층 ‘화산탄 쿠키’ 등 빵·과자류를 구입할 수 있다. 카페 입구에는 산방산·용머리해안 홍보책자와 지도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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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하우스는 제주 지질 명소 탐방에 ‘첨병’ 역할을 한다. 관광객이 세계지질공원인 제주를 거대한 숙소에서 이해하고 지질의 특성을 체험할 수 있게 만든 공간이다. 지리적 위치 또는 특성에 따라 숙소의 기능뿐만 아니라 지질트레일과 지질액티비티 등 지질관광상품을 홍보하고 안내하는 안내소 역할을 한다. 제주관광공사는 향후 지질마을의 특산물을 이용해 만든 지오푸드를 지오하우스에서도 판매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게스트하우스 등 총 6곳의 숙소를 지오하우스로 지정했다. 만장굴 인근 ‘제주돌집’은 화산송이와 제주흙을 활용한 그릇을 통해 척박한 땅을 일구며 돌집에서 살던 제주민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같은 지역 ‘사랑이 꽃피는 민박’은 동굴모양을 본떠 지질패턴 인테리어를 적용해 혼자서도 편히 쉬고 갈 수 있는 독채 테마룸을 조성했다. 중문대포주상절리 인근의 ‘지삿개 풍경’은 용암이 바닷물과 맞닿아 급속히 냉각하며 나타난 육각형 모양의 주상절리 형상을 집안 내부 선반과 전등 인테리어에 적용했다.
산방산·용머리해안 인근에는 3곳을 선정했다. ‘엄블랑’은 사계리의 자연환경을 느낄 수 있게 글램핑 텐트를 설치했다. 또 ‘글라라의 집’은 용머리해안과 산방산, 형제섬의 스토리를 벽면 디자인으로 적용해 숙소를 방문한 고객과 마을을 찾은 관광객에게 마을이야기를 전달한다. ‘화순금모래펜션’은 용천수를 활용한 수영장이 특징. 방문객에게 제주 용천수의 경이로움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했다. 말 그대로 숙소 자체가 지질공원 홍보공간이 된 것이다.
올해는 5곳의 숙소를 새로 추가했다. 만장굴 인근 ‘해일월’ ‘이모와 삼촌네 게스트하우스’ ‘여울목 게스트하우스’ 등 3곳, 산방산·용머리해안 ‘호끌락 80번지’, 성산일출봉의 ‘옛날민박’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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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탄생의 비밀 품은 ‘지질트레일’
수월봉 지질트레일은 엉알길 코스(4.6㎞)와 당산길 코스(3.2㎞), 차귀도 코스(1.5㎞) 등 3개가 있다. 수월봉 일대는 화산활동으로 생긴 층리를 고스란히 볼 수 있는 곳으로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지질자료로 인정받고 있다.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은 용머리해안과 산방산을 중심으로 주변마을(사계리·화순리·덕수리) 명소를 둘러볼 수 있다. A코스(13.7㎞)와 B코스(14.3㎞)로 나뉜다. A코스는 안덕면 사계리와 덕수리마을을 경유하며 형제섬과 송악산 등 해안 풍광을 보여준다. B코스는 사계·화순·덕수리를 모두 아우르는 코스로 산방산과 어우러진 금모래 해변, 마을 곳곳에 솟아난 용천수와 화순 곶자왈을 경유하는 등 자연 속에 형성된 제주사람들의 문화를 살필 수 있다.
김녕·월정 지질트레일(14.6㎞)에서는 김녕과 월정의 푸른 바다와 밭담길, 척박한 빌레(넓적하게 퍼진 암반을 뜻하는 제주말)를 일구며 살아간 지역주민의 생활상과 문화를 접할 수 있다. 화산 분출 때부터 거친 지질을 어떻게 이겨내며 삶을 지켜왔는지 그 생존의 역사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김녕어울림센터를 출발해 월정리 무주포와 한모살을 돌아오는 코스다. 성인기준으로 쉬엄쉬엄 걸으면 5시간에서 6시간 정도 걸린다.
이외에도 지질을 테마로 한 여행 콘텐츠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지질마을이 가진 독특한 지질자원에서 생산한 농수산물을 활용한 상품을 만드는 지오팜, 해녀문화·불턱체험 등 지오액티비티, 도내 수공예작가와 연계해 기념품을 판매하는 지오기프트, 지오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지오숍, 지질관광상품을 홍보하고 안내하는 지오인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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