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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정기주주총회를 앞둔 KT의 황창규 회장(CEO)이 23일 이임식에 참여한다. KT에서 CEO 이임식이 정상적으로 열린 것은 15년 만의 일이다. 2002년 민영 KT의 초대 CEO였던 이용경 전 사장이 2005년 남중수 전 사장에게 바통을 넘겼을 때 이후로는 정상적인 업무 인수인계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임식은 주요 임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조용하게 진행한 뒤 함께 오찬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황 회장은 2014년 1월 KT 회장으로 취임해 6년 동안 KT를 경영했다. 그는 국민기업 KT에 어떤 발자취를 남겼을까.
기가인터넷·미디어 등 본업 경쟁력 회복
KT 안팎에서는 △기가인터넷·인공지능(AI)를 접목한 IPTV 등으로 추락하던 KT 실적을 멈추게 한 것(5년 연속 영업이익 1조 클럽 달성)과 △정치 외풍에 흔들렸던 KT의 지배구조를 투명하고 안정적으로 만든 것(내부 CEO 육성 프로그램 가동·CEO 선임 절차 세분화)을 대표적인 성과로 꼽는다.
한 사외이사는 “황 회장은 이석채 회장 때 허약 체질로 바뀐 본업을 엔지니어다운 솔직함으로 튼튼하게 만들었다”며 “유선 분야 추락을 멈추게 한 기가인터넷이나, 다른 회사와 달리 AI스피커(기가지니)를 모뎀으로 제작해 무소불위의 경쟁력을 갖게 된 IPTV 등이 대표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석채 전 회장 시절 이뤄졌던 KT·KTF 합병이나 아이폰 국내 도입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황 회장 경영 시기 KT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연속 영업익 1조 클럽에 가입할 수 있었다.
정치 외풍 끊어 지배구조 안정화에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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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국사 화재, 직원 구조조정은 아픔으로 남아
다만, △대한민국의 디지털 심장을 멈추게 한 2018년 11월 24일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나 △취임 첫해(2014년) 단행된 임직원 8500여명에 대한 구조조정은 아픔으로 남는다. 통신구 화재 이후 유선 통신 전문가인 이철규 전무(현 부사장)를 복귀시켜 인프라 투자를 강화했고, 구조조정은 이석채 전 회장 때 적자로 돌아선 KT로선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말이다.
KT는 황 회장이 떠난 뒤 30일 주총에서 새로운 CEO로 구현모 후보자(사장)를 선임한다. 구 후보자는 KT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원래KT’다.
주총에서는 CEO 후보로서 구 사장과 겨뤘던 KT 출신 표현명 전 롯데렌탈 대표가 사외이사로, 역시 경쟁자였던 박윤영 기업부문장(사장)도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황 회장이 떠나면서 KT에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하는 ‘협치(協治)’의 물꼬가 열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