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각자도생'하며 '같은 걸 사고 또 산다'?

순간 충실한 '카르페디엠' 대세
믿을 건 오직 나뿐인 세상
오늘 즐기는 욜로라이프 주목
불편 감수 남다른 경험 중시
………………………………
트렌드 코리아 2017: 치킨런
김난도 외|432쪽|미래의창
라이프 트렌드 2017: 적당한 불편
김용섭|382쪽|부키
  • 등록 2016-11-16 오전 6:04:31

    수정 2016-11-16 오전 7:56:32

해마다 이듬해를 이끌 10대 트렌드를 뽑아내 소비그림을 먼저 그리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2017년 앞에 ‘치킨런’을 꺼내놨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날개를 펴고 극적으로 울타리 탈출을 감행한 애니메이션, 그 ‘치킨런’이 맞다(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비관론 일색이다. 올해도 이미 바닥을 칠 만큼 쳤건만 가라앉을 깊이가 더 있는 모양이다. 2017년을 내다보는 전망서에는 그림자가 먼저 보인다. 그렇다면 세상 모두가 바닥을 쳐야 정상인가. 아니다. 드라마틱한 반전은 예상을 뒤집는 데 있다.

“2017년은 혼자 먹고 노는 ‘픽미세대’, 불안한 사회안전망에서 각개전투로 살아남는 처세인 ‘각자도생’, 이 순간을 즐기는 ‘욜로 라이프’에 주목해야 한다.” “내년에는 ‘자발적으로 가난’을 택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더치페이’로 수평적인 소통관계를 원하고, ‘화학적 싱글’이 남녀관계의 새로운 화두가 된다. 당당히 독립을 거부하는 뉴캥거루족도 많아진다.”

같은 듯 다른 두 가지 전망이 주목하는 건 그림자가 아니다. 그 아래서 꿈틀대는 움직임이다. 소비트렌드까지 품은 라이프 스타일은 어차피 변화에 맞춰 색을 바꾸고 모양을 다듬게 돼 있다.

해마다 이듬해를 이끌 10대 트렌드를 뽑아내 소비그림을 먼저 그리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2017년 앞에 ‘치킨런’을 꺼내놨다. 정유년 닭띠해와 연관해 뽑은 ‘치킨런’은 사전적 의미로 ‘울타리를 둘러놓은 닭장’이란 뜻. 하지만 저자들이 방점을 찍은 건 애니메이션 ‘치킨런’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날개를 펴고 극적으로 울타리 탈출을 감행한 파닥거림에 주목한 것이다.

트렌드분석가인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은 내년을 가늠할 키워드로 ‘적당한 불편’을 꼽았다. 그러곤 ‘불편한 소비자’를 2017년의 주역으로 앞줄에 세웠다. 이들은 긴 기다림을 마다하지 않고 힘든 곳을 일부러 찾아다니며 짜맞추고 시간을 들이는 원재료를 선호한다. ‘무조건 빨리, 어떻게든 쉬운’ 기성품보다 남다른 경험이 가진 우월한 가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픽미세대여! 버려야 산다

‘트렌드 코리아’의 전제는 2017년이 결코 녹록치 않을 거란 데 뒀다. 저자들은 한국을 “퍼펙트 스톰이 몰려오는데 엔진이 고장난 조각배에 선장도 구명정도 보이지 않는 형국”으로 비유한다. 내년의 전망을 결국 조각배에서 살아남는 데 둘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참지 말고 즐기라는 ‘욜로 라이프’가 뜬다는 것. 순간순간을 즐기고 도전하기 위해 더 단순하고 명쾌한 기준을 좇는 지향이다. ‘B+ 프리미엄’도 주목할 가치다. 단순히 고가의 사치품도 아니고 가성비만 따지지도 않는다. 특정제품의 진가는 비용의 문제가 아니란 뜻이다. 가령 이런 식. 모나미가 발매 50주년을 맞아 2만원에 내놓은 한정판 153볼펜의 가격은 33만 9000원까지 뛰었다. 이 현상이 굳이 모나미 볼펜에만 한정되진 않을 거란 말이다.

장담할 수 없는 내일에 불안이 늘 떠돌지만 현실의 소소함이 즐거운 이들도 늘어난다. ‘픽미세대’다. 디지털보다는 모바일을 중시하며 가벼움·유머를 미덕으로 삼는다. 특히 정치성향은 종잡을 수가 없다. 그러다가 점차 믿을 건 나뿐이란 절박함에도 빠지는데. 그래서 찾은 방법이 ‘각자도생’. 국가도 사회도 가족도 나를 보호할 수 없고 어떻게든 혼자 살아남아야 하는 현실에 내몰린다.

이들의 취향과 절실함은 소비트렌드에 고스란히 비치는데 ‘각자도생하는 픽미세대’는 결국 1인가구에 귀속되고 혼자만의 소비생활인 ‘1코노미 시대’에 놓일 거란 진단이 나온다. 당연히 소유보다는 공유, 구속보다는 자유를 원하는 미니멀리즘의 ‘버려야 산다’로 이어질 터. 운동량이 갈수록 떨어지는 현대인에게 1440억 걸음을 걷게 한 포켓몬GO처럼 경험을 소비로 연결하는 ‘경험 is 뭔들’ 추세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불편보다 가치 선호하는 욕망 포착하라

지글지글 끓었던 지난여름 서울 강남역에 국내 1호점을 연 ‘쉑쉑버거’ 앞에는 몰려든 인파가 장사진을 이뤘다. 뙤약볕 아래 몇 시간이고 기다리던 이들이 얻은 건 ‘돈을 내고 구입한 버거 하나’. 그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하지만 그들이 손에 쥔 건 단지 버거가 아니었다.

감수할 만한 불편을 매력으로 느끼는 사람이 내년을 관통할 ‘라이프 트렌드’의 주역이다. 불편은 부정적이지만 ‘감수할 만한 적당한’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불편보다 경험의 가치가 더 크면 기꺼이 수용할 수가 있다. 2G폰을 고집하고 재봉틀을 살려낸다. 마트가 코앞인데 굳이 텃밭을 가꾸고 캠핑을 떠나 생고생을 한다. 자신만의 숨은 욕망이 있어서란다.

단순히 불편으로만 끝나지 않는 것도 특징. 밥은 무조건 윗사람이 사야 한다는 인식이 못내 거북한 ‘더치페이어’가 증가하고 전통적인 결혼방식이 못마땅해서 취향 따라 연대하는 ‘화학적 싱글’도 많아진다. 삐죽한 개인적 성향은 떳떳이 ‘뉴캥거루족’이 돼 “무능해 보여도 돈을 모을 때까지 부모와 사는 것이 득”이라고 외치기도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공짜만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매력적인 공짜만 챙긴다.’ 매번 색다른 소비를 할 필요가 있는가. ‘같은 것을 사고 또 사는 사람’이 어때서. 회전문 관객이 돼 동일한 공연을 몇 번씩 보고 구매한 물품이 마음에 들면 몇 번씩 다시 사는 것도 이들이다.

▲2017년 다시 강타할 ‘카르페디엠’

‘살고있는 지금 당장에 충실하라는 뜻의 ‘카르페디엠’은 두 전망서가 공통으로 꼽는 트렌드다. ‘인생은 한 번뿐이고 오늘만 산다’는 철학이 한껏 두드러질 거라 예측한다. ‘충동적으로 지를 것’이란 예단은 섣부르다. 그 바탕에는 미래에 대한 강박을 떨쳐버리려는 낭만적 현실주의가 자리잡고 있다니까. 이는 종국에 자기지향적이고 현재지향적인 욜로 소비스타일로 직접 연결된다.

저성장·저물가·저금리시대가 그렇게 몰고간다는 동질감도 형성한다. 그 시대에 알뜰은 쓸데없는 짓, 투자는 부질없는 일이 된다. 정년퇴직이란 말은 사전에나 있고 과거의 가치관은 퇴물이 됐다. 그러니 미리 계획하는 대신 그때그때 혜택을 부여하는 타임커머스산업이 각광받을 수밖에. 1년 벌어 단 며칠의 휴가에 올인할 수도 있단 얘기다.

무한경쟁시대에 미래를 향한 기대를 접은 현대인이 부르짖는 절망의 외침, 동시에 지금 이 순간의 가치를 높인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은 희망의 주문. 결국 내년에는 이 복수행간을 읽는 일이 가장 빠듯한 숙제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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